교육부가 28일 대학 입학 정원을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지금보다 16만명 줄이겠다는 대학 구조 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대학 운영,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를 해 전국 339개 대학·전문대를 최우수·우수·보통·미흡·매우 미흡의 5개 등급으로 나눈 후 최우수를 제외한 4개 등급은 차등적으로 정원을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작년 고교 졸업자 수는 63만1000명이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學齡) 인구 감소로 고졸자 숫자가 2023년엔 저절로 39만8000명이 된다. 16만명이라는 정원 감축 규모는 지금의 대입 정원 55만9000명에서 2023년 고교 졸업자 수 39만8000명을 뺀 수치다. 교육부가 대입 정원을 16만명만 줄이면 2023년엔 고교 졸업자 100%를 대학에 밀어 넣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해 고졸자 가운데 71%가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게 해주려고 너도나도 자녀를 대학에 보냈지만 작년에 직장을 잡은 대졸자는 59.3%밖에 안 된다. PC방 주변을 빈둥거리는 대졸 실업자들 가운데는 범죄에 휩쓸리는 사례도 많다. 그래서 정부는 그간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학 진학률을 낮추는 걸 정책 목표로 삼아 왔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도 세계경제포럼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5년째 1위인 스위스를 방문해 대학 진학률이 29%밖에 안 되지만 탄탄한 직업 교육을 하는 스위스 교육 시스템을 배워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이번 대학 개혁안은 그간의 정책 방향과는 거꾸로 가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대입 정원을 16만명만 줄일 게 아니라 20만명, 25만명 줄이겠다는 목표로 과감한 구조 개혁안을 만들어야 했다.

해마다 대학 편입 시험에 20만~30만명씩 응시하고 있다. 지방대·전문대 재학생들이 새 학기만 되면 수도권 대학으로 대이동(大移動)을 하는 것이다. 지방대·전문대 교수들은 입시 시즌엔 고교를 돌며 신입생을 유치해야 하고 학기가 바뀔 때마다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떠나는 걸 막느라 애를 먹는다. 지금 상태로 가면 10년 뒤에는 학생이 모자라 2000명 정도 신입생을 뽑는 중형(中型) 규모 대학 80곳 정도는 문을 닫아야 하는 사태가 올 수밖에 없다. 대학 사회에 어마어마한 구조조정 태풍이 몰아닥치는 것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방안은 이런 재앙(災殃)을 피해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전체 대학 가운데 일부 상위권 대학을 뺀 나머지 대학들에 몇 백명씩 감축 인원을 떠맡겨 전체 정원을 16만명 줄이겠다는 발상이다. 대학끼리 무한 경쟁에 맡겨두면 지방대와 전문대가 주로 타격을 입을 테니 정부가 개입해 피해를 분산해 보겠다는 것이다. 가장 득(得)을 보는 것은 하위권(下位圈) 대학들이다.

대학 같지 않은 대학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교수 월급을 13만원밖에 못 주는 곳도 있고, 의대 설립 20년이 다 되도록 학생들 임상 실습을 다른 병원을 찾아다니며 '동냥 교육'을 시켜야 하는 곳도 있다. 간판만 대학이라고 달고 있는 이런 대학들을 살려두는 것은 국가적 낭비이고, 학생들에게도 불행이다.

대학이 문을 닫으면 지역 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게 된다. 국회의원들은 자기 지역구 대학을 살릴 방도를 찾겠다며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등 정치 문제화할 것이다. 이 문제는 해당 대학을 복지 시설, 연수 기관, 평생교육 시설, 문화센터로 전환시키는 등 다른 탈출구를 찾아 해결하게 해야 한다. 교육부 방안은 그냥 내버려두면 저절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대학들에 억지로 생명 연장 장치를 달아 연명(延命)시키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학 개혁에 나라의 미래가 걸렸다는 위기감을 오로지 교육부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사설] 나태한 피해자가 '도발하는 日本'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