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일부 신흥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계속 폭락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한 주 동안 페소화(貨) 가치가 15% 떨어지며 외환 위기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5조달러의 돈을 풀었다. 그중 일부가 신흥국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 주가와 부동산 값을 띄우고 경기 활황(活況)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작년 5월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을 내비친 이후 신흥국에서 달러가 무더기로 유출되며 상황이 역전됐다. 미국이 올 들어 본격적으로 양적 완화 정책을 축소하면서 중국 경제마저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어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 현상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불안이 확산되면 한국도 환율과 금리가 뛰고, 외화가 유출되고, 수출이 위축되는 어려움을 겪게 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잘 대처하면 다른 신흥국들과 차별성이 부각되고 한국이 신흥국의 꼬리표를 떼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작년 말 현재 우리의 외환 보유액은 3464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외환 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중도 27%로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작년 한 해 700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냈다. 다른 신흥국들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그런데도 신흥국 위기가 거론될 때마다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이며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우리 경제의 무역 의존도가 너무 높아 외부 충격에 흔들리기 쉬운 체질인 데다 가계 부채를 비롯한 잠재적 불안 요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 환부(患部)를 수술하는 구조 개혁을 통해 우리가 여느 신흥국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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