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인터넷 뱅킹의 계좌 이체(移替) 정보를 바꿔치기해 81명으로부터 9000만원을 가로챈 해킹 조직을 적발했다. 이들은 악성코드(바이러스)로 컴퓨터 메모리에 있는 데이터를 위·변조하는 '메모리 해킹' 수법으로 인터넷 뱅킹 이용자 계좌에서 돈을 빼냈다. PC 화면에는 계좌 이체가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처럼 나오지만 실제로는 범인들이 만든 '대포 통장'으로 돈이 빠져나가도록 조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뱅킹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복잡하다. 계좌 이체를 할 때는 보안 프로그램을 깔고 계좌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이체 비밀번호에 더해 보안카드 또는 일회용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고액을 송금할 때는 휴대전화를 통한 인증 번호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악성코드를 퍼뜨리는 방식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인터넷 뱅킹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지 않아도 사상 최악의 카드 회사 고객 정보 유출 사건으로 금융회사들의 신뢰가 위협받고 있다. 검찰은 카드사에서 유출된 정보가 추가 유통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시중에선 이미 고객 정보가 나돌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2년 동안 개인 신상 정보가 1만건 이상 유출된 사고가 드러난 사례만 20건에 이른다. 얼마나 많은 개인 신상 정보가 떠돌아다니며 악용(惡用)되고 있는지 짐작하기조차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철벽 보안'이라는 인터넷 뱅킹 시스템에도 구멍이 뚫렸다면 국민은 은행 계좌에 들어있는 예금이 무사할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뱅킹은 고객과 은행 모두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이다. 창구 거래보다 인터넷 뱅킹의 비중이 커지는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해킹 때문에 인터넷 뱅킹의 위험도가 높아지면 고객은 인터넷 거래를 기피할 것이다. 고객들도 PC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지 않은지 자주 검사를 해야겠지만 금융회사들이 국민이 안심하고 사이버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보안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이참에 우리 사회의 정보 보호·보안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재점검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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