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30일 어떤 대남(對南) 조치를 취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은 지난 16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발표한 '중대 제안'에서 1월 30일부터 '상호 비방 중상 중단' '상호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 중지' '핵 재난 막기 위한 상호 조치' 등을 하자고 했다. 북 국방위는 24일에도 "우리의 중대 제안은 결코 위장 평화 공세가 아니며, 그 무슨 새로운 '도발'을 전제로 한 구실을 마련하려는 것도 아니다"며 "우리의 제안을 무턱대고 의심하면서 경솔하게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이날 우리 측에 전통문을 보내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면서 "날짜는 설이 지나 날씨가 좀 풀린 다음 남측이 편리한 대로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북은 작년 9월 상봉 행사를 나흘 앞두고 일방적으로 취소했고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의 이산가족 상봉 재개 제안에 대해서도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을 문제 삼으면서 "남측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좋은 계절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유보적 입장을 내놨었다.

그간의 북 행태로 볼 때 북이 지금 내놓는 일련의 제안들은 한·미 연합 훈련을 막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 달러를 벌려는 평화 공세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이 대내외 매체를 총동원해 '중대 제안'을 선전하는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우리는 이런 평화적 조치를 했는데 남측이 거부한다'면서 남·남 갈등을 일으킬 만한 무엇을 던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이 어떤 제안을 해도 국제사회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합의란 합의는 다 깨뜨려온 북이 자초한 것이다. 비핵화를 그렇게 외치더니 시간을 벌고 물자 지원만 받은 다음에 핵실험을 세 번이나 했다. 최근에도 북이 연일 남북 관계 개선을 외치고 있는 사이 김정은은 잇달아 대남 침투 부대들의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전쟁은 미리 광고 내고 하지 않는다"고 했던 게 바로 김정은과 북 군부다. 한·미가 군사 대비 태세를 더욱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북이 자신들의 제안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천안함 폭침을 시인하고 연평도 포격을 사과하는 용기를 보인다면 또 다른 도발에 대한 의심은 크게 줄 것이다. 핵 폐기를 위한 사전 조치를 취하고 협상에 나오겠다면 북을 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북이 이 방향으로 가지 않는 한 북의 제안을 그대로 믿을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김정은이 대남 군사 훈련을 참관하던 23일 이란의 로하니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나와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보유할 생각이 없다"며 "이란은 30년 넘게 적대해온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친밀한 관계를 다시 만들려 하니 이란에 투자해 달라"고 요청했다. 북과 이란은 한때 비슷한 처지였다. 그런데 이란을 보는 세계의 시선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북에도 이런 기회는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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