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22일 의원총회를 열어 현행 시·군·구 기초지방선거의 정당 공천제를 계속 유지하기로 사실상 결정했다. 지난 총선·대선 때의 공천 폐지 공약을 파기한 것이다. 여당은 공천 폐지를 공약할 때 '정당정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일부의 지적에도 "국회의원들이 기초선거 공천권을 휘두르면서 공천 헌금 같은 비리가 많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공천제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했다. 이제 공천제가 유지되게 됐으니 의원들은 '공천 장사'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 된다.

여당 중진 김무성 의원은 며칠 전 강연에서 "지금껏 대한민국의 모든 공천은 사천(私薦)이었다"며 "당 권력자가 배후 조종하는 공천을 받으려고 (후보들이) 비굴하게 굴고 돈까지 갖다 바치는 게 현실"이라고까지 말했다. 김 의원은 누구보다 공천 실상을 잘 알고 있을 사람이다. 김 의원이 말한 비굴한 후보, 돈 바치는 후보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전국에서 득실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불법 헌금 같은 공천 비리로 입건된 사람이 118명이다. 2010년 지방선거 때는 공천 비리를 포함해 '금품 선거 사범'으로 붙잡힌 사람이 1700여명이었다. 4년 전 지방선거 때는 '7억원이면 공천, 6억원이면 탈락'이라는 뜻의 '7당6락'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헌금 유형도 달러를 주고받는 '외환(外換) 치기', 가짜 차용증을 주고받아 빚으로 위장하기, 의원의 지역구 관리·골프비용 등을 대신 내주기, 사적(私的)으로 고용한 의원 비서 월급 대신 내주기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이 출마하지도 않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 후원금 모금 한도를 평소보다 두 배로 늘린 법을 만든 것 역시 속 보이는 짓이다. 수금(收金) 창구는 국회의원 본인에서 의원의 부인과 자녀, 보좌관, 지역구 참모, 측근 지방의원으로 다양해졌다.

불법 헌금을 내고 공천을 따 당선된 사람은 재임 중 비리를 저지르기 마련이다. 1995년부터 선출된 시장·군수·구청장 1200여명 가운데 재임 중 비리 혐의로 기소된 사람이 4분의 1에 가까운 290여명이나 되는 건 당연한 결과다.

새누리당은 공천제를 유지하는 대신 모든 유권자가 기초선거 후보 결정에 참여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자고 했지만 선거가 5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다. 빨리 근본적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앞으로 터지는 공천 비리는 새누리당 책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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