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변호사들에 의한 법관 평가(評價) 제도의 개선을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서울변호사회가 회원 변호사들의 법관 평가에서 하위 점수를 받은 법관들의 실명(實名)을 공개하려 하자 대법원이 이를 만류하면서 평가 제도의 개선을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서울변호사회를 비롯한 각 지방변호사회는 소속 변호사들에게 법관 평가 항목이 담긴 설문지를 보내 법관들을 평가하고 있다. 각 변호사회는 평가 결과를 분석해 해당 고법·지법과 대법원에 보낸다. 그러나 대법원은 소송 당사자인 변호사가 법관을 평가하는 건 공정성에 문제가 있고 평가 기준·방식도 객관성이 없다며 변호사회 평가 결과를 무시해왔다.

2012년 서울변호사회 평가의 경우 전체 변호사 9100여명 가운데 참여자는 고작 5%, 460명뿐이었다. 이들이 평가한 법관은 전체 2738명 중 978명이었다. 서울변호사회는 변호사 5명 이상의 평가를 받은 법관만 분석 대상으로 했는데 그 수는 전체 법관의 6%밖에 안 되는 174명에 그쳤다. 2013년엔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를 벌여 참여 변호사 숫자가 2012년의 두 배쯤으로 늘었다고 한다. 어떤 지방은 변호사 10명 이상, 어떤 지방은 20명 이상의 평가를 받은 법관만 분석 대상으로 하는 등 일정한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다.

평가 항목도 서울은 공정, 품위·친절, 직무 능력의 3개 항목인데 지방은 여기에 성실성, 신속·적정성을 추가해 5개인 곳도 있다. 평가 결과 역시 어떤 지역은 우수·보통·미흡의 3단계 평가인 반면 4~5등급으로 평가하는 곳도 있다.

변호사들은 어느 법관이 막말을 하고 누가 재판 기록을 제대로 읽지 않은 채 법정에 들어오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변호사들에 의한 법관 평가는 잘하면 재판의 질(質)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하위 점수를 받은 법관의 실명 공개부터 서두를 일은 아니다. 그보다 먼저 법관들이 변호사들의 평가를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대한변협이 나서서 지방마다 들쭉날쭉한 평가 기준과 방식을 통일하고 변호사들이 평가에 더 많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대법원도 변호사들의 평가를 무시하려 들지 말고 평가 자료를 법관들에게 알려줘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사설] 이제 공은 일본으로 넘어갔다
[사설] 고객 보호 기본 규칙조차 지키지 않은 카드회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