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각)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인도 간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는 데 합의했다.

양국은 이르면 오는 3월 서울에서 양국 통상장관 회담을 갖기로 했다. 두 정상은 이날 향후 40년간 양국 관계의 기초가 될 '전략적 동반자 관계 확대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은 작년에 수교 40년을 맞았다.

◇日보다 불리한 CEPA 개선하기로

한·인도 CEPA 개선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한·인도 CEPA(2010년 발효)의 관세 자유화율은 75%로 일본·인도 CEPA(2011년 발효)의 90%에 비해 현저히 낮다"며 "이는 인도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보다 불리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인도 TV 인터뷰에서 "우리가 2020년까지 양국 간 교역 1000억달러를 달성하려면 CEPA 개정이 관건"이라고 한 바 있다.

朴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인도와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개선키로 -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인도 뉴델리 대통령궁에서 프라나브 무케르지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한복 차림으로 만찬장에 들어서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개선하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위 사진).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인도 뉴델리에서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악수하며 웃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향후 40년간 양국 관계의 기초가 될‘전략적 동반자 관계 확대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아래 사진).

양국은 또 이번에 이중과세 방지협정에 가서명했다. 발효되면 이자나 로열티 소득에 대한 세율 인하 등으로 우리 기업은 절세 효과를 연(年) 140억원 보게될 것이라고 한다. 두 정상은 △라자스탄주 한국 전용 공단 설치 △항공편 증설을 위한 항공협정 개정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외국서 '손톱 밑 가시 뽑기'

두 나라는 포스코가 인도 오디샤주(州)에서 추진 중인 제철소 프로젝트와 관련해 부지 확보, 광산 탐사권, 환경 인허가 갱신에도 합의했다.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제철소와 광산을 연결시키는 철도·도로 등 인프라 건설에도 지원을 부탁한다"고 했다. 싱 총리는 "이제 진전된 단계(advanced stage)로 접어들었다.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포스코는 지난 2005년부터 제철소 건설을 추진해 왔으나 현지민들의 반대, 환경문제 등으로 진전되지 못했다. 이번에 박 대통령은 해외 진출 기업의 '손톱 밑 가시 뽑기' 차원에서 인도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120억달러 규모의 이 프로젝트가 순항하면 1단계로 2022년에 800만t 규모(340만평) 제철소가 가동될 수 있지만, 현지 주민이 지난 15일 시위를 하는 등 반대가 여전하다는 게 걸림돌이다. 싱 총리는 "발전소 및 철도 건설 등 한국 기업의 인도 내 인프라 건설 참여를 환영한다"고도 했다.

◇외교·안보 소통채널 강화

외교·안보 분야에선 양국 국가안보실 간 대화 신설,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 등 소통채널 확보에 치중했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UN 안보리 결의를 포함한 국제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인도의 여성 정치인인 수쉬마 스와라지 하원 야당대표와 모하마드 안사리 부통령을 각각 접견했다. 스와라지 대표는 "(내가 속한) 인도인민당이 5월 총선에서 집권하더라도 이번에 양국이 서명한 각종 합의문의 글자 하나하나를 존중하겠다"고 했다. 1952년생 동갑으로 박 대통령보다 생일이 12일 늦은 그는 박 대통령이 "내가 언니"라고 하자 면담 말미에 박 대통령을 "언니"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밤 프라나브 무케르지 대통령이 주최하는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