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실용 영어 강화'를 대표 교육정책으로 추진해왔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누구나 영어로 말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그 일환으로 일명 '한국형 토플'이라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니트)'을 도입했다. 학교 영어 수업을 말하기·듣기 위주로 바꾸고, 그렇게 배운 실력을 '한국형 토플'로 평가한다는 계획이었다. 외국 회사가 만든 토플과 토익 시험으로 국부가 유출되는 것을 막겠다는 이유도 내세웠다. 우리나라에서 토플은 한 해 12만명, 토익은 207만명이 치른다.

◇장관 바뀔 때마다 말 달라

2008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현재 중2가 수능을 치를 때(2013학년도) 수능 영어 과목 대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치르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때부터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선 수능 영어를 대체한다는 '한국형 토플'이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국형 토플'이 수능 영어 시험을 언제 대체하느냐에 대해선 교육부 수장이 바뀔 때마다 말이 바뀌었다. 안병만 교육부 장관은 2010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형 토플은 2013학년도 대입 수시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한국형 토플의 수능 영어 대체 여부는 2012년에 결정하고, 대체된다면 2016학년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해 교육부는 한국형 토플 시범 시험을 3회 실시했다. 발 빠른 학원 시장에서는 '한국형 토플 대비반'이 성행했다.

◇"성급한 시행에 혼란만"

그런데 지난해 취임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학부모들과 만나 "갑자기 수능 영어 시험을 대체한다면 학습 부담이 집중되고 사교육 의존 우려가 높아진다. 학교가 대응할 수 있는 단계가 되기까지 입시와 연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사교육 유발과 전산 불안정 등으로 수능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시험은 폐지하고, 이미 개발한 문항들은 학교에서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 정책 발표 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한국형 토플' 때문에 학부모, 학생들만 혼란을 겪은 것이다. 경기 일산에 사는 고2 학부모 정모(47)씨는 "애가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한국형 토플'이 중요하다고 해서 중학교 때 영어 학원에서 관련 수업을 받게 했는데, 없던 일이 된다니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