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새해 기자회견엔 이례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김 대표는 "소모적인 막말과 비방을 마감시키겠다"고 했다. 야당 대표가 '막말' 문제를 시인하고 그걸 끝내겠다고 약속한 것은 거의 없던 일이다.

사실 민주당처럼 막말의 피해를 많이 본 정당도 없다. 누구나 민주당이 유리하다던 2012년 총선에서 김용민 후보의 막말로 큰 타격을 입고 결국 전체 선거를 망쳤다. 그는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을 거론하며 '강간'이란 단어를 쓰고, '자유의 여신상에 미사일을 쏴야 한다'고도 했다. 그렇게 선거를 망치고도 민주당에선 '암살(暗殺)' '귀태(鬼胎)' '박근혜 그 ×' 같은 입에 담기도 민망하거나 섬뜩한 막말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백선엽 민족 반역자" "장성택 숙청과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은 같은 사건"처럼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발언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게 민주당과 야권의 현주소다.

민주당 사람들의 막말은 당 내부를 분열시켜 서로 반목하게 만들고 당원들의 자부심과 사기를 떨어뜨렸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혐오감을 불러일으켜 상대 당을 도왔다. 요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지지율 10% 안팎을 헤매면서 안철수 신당에 크게 밀리는 데는 연이은 막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백척간두에 서 있다"고 자인했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로 민주당을 떠민 것도 의원과 당원들의 막말이었다.

민주당 사람 중에는 새누리당도 막말을 하기는 다를 게 없다고 억울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 면도 없지 않겠지만, 어디가 더 거칠고 어느 쪽 막말이 더 악성인지에 대해 국민의 판단은 이미 내려져 있다. 민주당의 막말이 계속되는 것은 상대방을 경쟁자가 아니라 악(惡)으로 보는 운동권 체질 때문이다. 민주당이 생각과 행동에서 운동권 체질을 졸업하지 못하면 막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좌우의 극단을 경계하고 합리적 대안을 찾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낡은 사고, 행동방식과 결별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이 약속들을 지키는지는 막말이 추방되느냐 여부로 먼저 판명 날 것이다. 민주당이 막말 비난이 아니라 품위 있는 비판으로 대통령과 정부의 실정을 따끔하게 지적해나가면 국민은 민주당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당의 사활을 걸고 혁신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한 김 대표의 각오가 결실을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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