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용 한국사 교과서들은 보면 볼수록 놀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10년까지 고교 신입생에게 지급된 국정 국사 교과서에서 근현대사 비중은 25% 정도였던 것이 지금은 50~80%에 달한다고 한다. 교육부가 학생들의 수업 부담을 줄이겠다며 중학교에서 배운 근대(近代) 이전의 역사를 대폭 축소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수천 년 역사에서 불과 100년 정도의 역사를 절반 이상으로 다룬 교과서를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사 교과서가 이념·정파의 전쟁터가 된 것에는 이렇게 근현대사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것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한국사 교과서들이 지금 생존해 있는 대통령들에 대해서까지 품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대통령과 그 정권이 '역사'가 되려면 오해, 편견이나 잘못된 사실 등 정확한 평가를 가릴 수 있는 먼지들이 다 가라앉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퇴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대통령과 정권에 대해 혼란스러운 정보와 주장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책도 아닌 역사 교과서가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역사 기술이 아니라 정치 선전이다.

좌파 성향의 교과서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정책을 강화했고, 과거사진상규명법을 제정하여 왜곡된 현대사의 어두운 면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찬양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교과서는 '노무현 정부는 법치의 규범을 약화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국회에서 탄핵을 받기도 했다. 대북 유화책이 두드러져 안보에 소홀하다는 비판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좌파 교과서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약속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였고, 언론 자유가 크게 위축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했으나, 보수 성향 교과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제 위기가 있었지만 대한민국은 금융 위기를 비교적 잘 극복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각 정당이 내놓는 정치 홍보물 내용이라고 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만한 문장들이다.

교과서 시장을 장악했다는 좌파 성향 역사 교과서들은 이념 문제에 앞서서 사실을 사실대로 기술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은 기적과 같은 성공의 역사이고, 북한은 세계 최악의 실패 국가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 명백한 사실을 왜곡했다면 교과서로서 자격을 잃은 것이다. 퇴임한 지 1년, 6년도 안 된 대통령을 놓고 저자들이 자기들의 정치적 편견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려고 하는 책을 교과서로 부를 수도 없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교과서로 미래 세대에 역사를 가르치지는 않는다. 이런 교과서들이 전국의 학교로 쏟아져 들어가는 동안 교육부는 완전히 손 놓고 있었다. 근현대사 비중을 대폭 늘리라는 엉뚱한 지침이나 내렸다. 역사 교육이 이 지경이 된 것은 교육부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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