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5일 "제왕적 대통령제의 수술이 필요하다"며 국회 개헌(改憲)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앞서 강창희 국회의장도 신년사에서 '본격적인 개헌 공론화' 제안과 함께 '국회의장 헌법자문위원회' 발족 구상을 밝혔다. 여야 의원 12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도 지난달 27일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방향의 개헌안을 올 상반기 중 발의하기 위해 전국 순회 토론회에 나서기로 했다.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올해는 경제 회복, 남북 관계 안정 등 더 급한 일이 많다"며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다. 개헌이 현실화하면 다른 모든 국정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기 쉽기 때문에 여권으로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 1일 여론조사에선 국민의 59%가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헌법 체제에 대한 국민 피로가 쌓여가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의 5년 직선 단임(單任) 대통령제에 의해 여섯 번 평화적으로 정권이 바뀌었다. 우리는 이 제도로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권력 집중의 대통령제는 남북 분단 상황에서 안보를 지키고 경제를 일으키는 데 효율을 발휘했던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득표율이 얼마가 됐든 한 표라도 더 얻기만 하면 모든 권력을 차지하게 돼 있는 이 제도는 정치권만이 아니라 국민까지 반으로 갈라놓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엔 내 편, 네 편 딱 둘뿐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상대가 추진하는 것이면 그것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이냐 아니냐를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부정하고 비난하는 것이 고질병이 돼버렸다. 지역 대립은 고착됐고, 세대까지 갈라져 마치 딴 세상에 사는 사람들처럼 생각이 나뉘었다. 합리적·이성적 판단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의 문화가 사라지고 극한 대립과 투쟁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1년 여야 간 '대선 불복(不服)' 갈등의 밑바닥에도 대선 당시 거의 절반으로 갈라졌던 국민 간의 반목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른 국정 혼란, 국력 낭비의 피해는 헤아릴 수 없이 크다.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바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이 제도로 우리가 얻은 것도 많다. 그러나 그 부작용도 차츰 누적돼 왔다. 이제는 그 득(得)과 실(失) 어느 쪽이 무거운지를 한번 논의하고 검토해볼 때는 됐다. 그 결론이 개헌일 수도 있고, 헌법을 유지하면서도 권력 운용 방향을 바꾸는 공감대를 이루는 것일 수도 있다. 여야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장애를 초래하지 않는 시기와 방법을 택해 초당적으로 국가의 장래를 논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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