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前 경북대 총장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는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해다. 지방선거가 진정 지역 발전과 주민 행복을 위한 선거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당과 유권자는 줄탁동시(啐啄同時)의 리더십을 갖춘 훌륭한 후보자를 추천해야 하고 선택해야 한다. 줄탁동시란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과 안과 밖에서 하나가 되어 힘을 모은다는 송나라의 고사에서 나온 말로서 줄탁동시 리더십이란 어떤 굴레나 틀을 깨고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 서로의 힘을 모으는 리더십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줄탁동시의 리더십은 어떠한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요건은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새로운 미래에 대한 비전은 단순한 비전이 아니라 지방민들의 간절한 바람과 열정을 담은 비전이어야 한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는 새마을 근대화 정신이 오늘의 한국 경제 발전을 만든 정신적 원동력이 되었으며, 삼성과 현대의 일류 정신과 도전 정신이 오늘의 삼성과 현대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도 지역 주민들에게 이러한 비전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지방 이슈든 국가적 이슈든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시대가 요청하는 것은 상생(相生)의 정신이다. 줄탁동시의 리더십은 바로 이러한 상생 정신에 바탕을 둔 리더십이다. 지방은 중앙과 수도권에 대칭되는 개념으로 우리 사회의 경우 지방 발전을 중앙이나 수도권 발전과 대립적인 시각에서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과도한 수도권 집중이 지방 발전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현상을 대립이나 대결적인 시각에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구체적으로는 지방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굴레와 틀을 깨어 보겠다는 지방의 도전 정신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영남권과 호남권이 수도권이나 세계적인 선진 지역을 경쟁 대상 지역으로 생각하는 도전 정신이 있어야 한다. 지방의 이러한 도전 정신은 국가적 차원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국내적으로 우리나라는 수도권 특히 서울 중심의 단핵 구조다. 이러한 비경쟁적 단핵 구조로는 경쟁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글로벌 시대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지방에서도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지역이 있어야 한다. 국가도 지방의 이러한 도전정신을 지원하고 격려해야 한다. 현재 남부권의 핵심 이슈인 남부권 신공항도 이러한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방 발전을 위한 비전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실천 전략이 바로 서 있지 못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가장 공통적인 요구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지방 경제 활성화 전략은 지방 발전 전략의 핵심이다. 경제 활성화는 그것이 국가의 경우든 지방의 경우든 지금과 같은 지식정보화 시대에서는 IT 나 BT, CT 같은 첨단 과학기술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도 이러한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의 제2 도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방 발전 전략은 국가 발전 전략과 연계하여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방 발전을 위한 지방판 창조경제 전략을 핵심 전략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지방판 창조경제 즉, 첨단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관학연(産官學硏)의 힘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거 모여 있는 대학의 힘을 모아야 한다. 오늘날의 대학은 강의 위주로 운영되었던 지난날의 대학이 아니다. 지방 대학들이 갖고 있는 첨단기술 연구개발 경험과 지역 사회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지방의 발전 전략에 잘 연결하면 매우 큰 힘이 될 것이다.

오는 6·4 지방선거가 진정 지방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국가를 발전시키는 의미 있는 선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