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동화 제어기기 업체인 ㈜오토닉스는 내년 4월쯤 경남 양산에서 부산 해운대구 석대동 석대도시첨단산업단지로 이사한다. 이 산단에 1만7500㎡ 부지를 분양받아 새 공장을 짓고 본사 빌딩도 신축한다. 지난해 매출을 1150여억원 올린 이 회사는 산업자동화 제어기기 분야 선두 주자다.

'기업이 떠나는 도시'였던 부산에 기업들이 돌아오고 있다. 지역 내 산업 단지가 크게 늘고 종류도 전통적 굴뚝형 공장뿐 아니라 굴뚝 없는 빌딩형 첨단·지식산업으로 다양화하면서 일어난 변화다. 지난달 27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 안 벡스코. 지역 발전의 새 비전과 각 지자체의 다양한 정책 등을 알리는 '지역희망박람회'가 개막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부산시에 따로 요청해 '센텀시티'에 대한 브리핑을 30여분간 들었다. 국내 지자체의 여러 성공 사례 중 센텀시티를 콕 집어 벤치마킹한 것이다.

고층 빌딩이 늘어서 있는 센텀시티 모습. 부산시가 산업 단지로 지정한 ‘굴뚝 없는 산단’은 첨단 지식산업 기업들이 입주해 있기 때문에 연기나 분진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변화는 2008~2009년을 기점으로 시작됐고, 전입·전출 격차는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그래픽〉. 작년엔 78개 기업이 들어오고 3개 기업만 나가 사상 최대의 '기업 전출입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 현재 24개 기업이 전입하고 2개 기업이 전출했다.

이 같은 '기업 유턴' 봇물은 부산 지역에 산업 단지가 크게 늘어난 것이 바탕이 됐다. 부산의 산단은 2006년 현재 강서구 녹산, 기장군 정관농공, 사하구 신평장림 등 3개 1007만㎡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총 14개 산단에 총면적이 2329만㎡에 이른다. 넓이는 배 이상, 개수는 4배 이상이 된 것이다. 여기에다 강서구 미음(358만㎡),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 1단계(567만㎡), 기장군 방사선 의·과학(148만㎡) 단지 등 15곳 1200여만㎡ 산단이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며, 모두 2015년까지는 준공된다. 계획대로 되면 그때는 29개 산단이 들어서게 돼 2006년(3개)의 9.6배로 늘고 면적도 3.5배가 된다. 이처럼 산단이 늘어난 것은 허남식 부산시장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기업·공장 유치가 관건"이라며 2000년대 중·후반부터 개발제한구역이 풀린 기장군·강서구 등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산업 단지 조성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 역외 기업에 이 산단 부지를 특별분양해 주고, 희망 기업에 대해 담당자를 선정, '1대1 전방위 서비스'도 제공했다. 정현민 부산시 경제산업본부장은 "단순히 산단 면적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센텀시티 안의 고층 빌딩 같은 '지식산단'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센텀시티 지식산업센터 안엔 굴뚝이 없다. 공장들이 모두 대도시 빌딩이기 때문이다. 10~20층 이상인 이 '빌딩형 공장'들의 입주율은 대부분 80~90% 이상이다.

지난 5일 1195억원을 들여 준공한 해운대구 석대동 석대(10만4000㎡), 금정구 회동의 도시첨단산업단지(12만3000㎡)엔 컴퓨터·영상·통신·산업 자동화 등 첨단 업종 회사 25개가 입주할 예정이다. 세계적 치과용 임플란트 제조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 자동차 부품 등 센서류 제조업체인 ㈜퓨트로닉 등도 이곳의 식구가 될 계획이다. ㈜오토닉스의 박환기(60) 대표는 "인재 확보도 쉽고 물류 등 기반 조건이 좋으면서 교육·의료 인프라도 뛰어나다는 점도 기업을 유인하는 부산의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