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 전문가인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전격 참배한 것에 대해 "최근 지지율이 40%대로 내려가면서 지지 세력 결집을 위해 전략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향후 한국·중국과 관계 개선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왜 이 시점에 참배를 감행했나.

"국내 정치를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다. 최근 특정비밀보호법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아베 총리 지지율이 10% 정도 떨어졌다. 취임 1주년이라는 시기를 잡아 지지 세력 결집을 노린 것이다. 아베 총리는 제1차 내각(2006~2007년) 때 참배하지 못한 것을 '통한(痛恨)'이라고 밝혀 왔다. 그동안은 한국·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미뤄왔지만, 올해가 아니면 내년에는 참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한국과 중국의 감정을 상하게 할 의도는 아니다"라고 했는데.

"그런 말을 한 자체가 한국과 중국의 감정을 신경 쓴 것임을 자백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9월 이후 한국과 중국에 정상회담을 하자는 대화 제스처를 취하면서 명분 쌓기를 해왔다. 하지만 당분간 관계 개선이나 정상회담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차피 한·중 관계 개선이 어렵다면 국내 지지 세력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게 정치 기반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인한 경기회복, 중·참의원에서 자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참배로 이어진 것 아닌가.

"오히려 반대다. 지금 수습하지 않으면 지지율 회복이 어렵다는 불안감이 작용했다. 장기 집권 발판 강화를 위해 국면 전환을 노린 것이다. 아베 정권이 단기적으로는 지지율을 올릴 수 있지만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극우 등 지지 세력 외에 적극 환영할 사람은 많지 않다."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미국과 사전 조율이 있었을까.

"사전에 통보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미국이 '예스(yes)'라고 했을 리 없다. 지난 10월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방일했을 때 무명 전몰자 묘원인 '지도리가후치(千鳥ケ淵)'를 방문한 것은 '야스쿠니 참배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미국은 줄곧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 해왔고, 우리 정부도 최근 일본과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아베 총리가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향후 전망은.

"아베 총리는 한·중 관계 악화를 각오하고 참배했지만 한마디로 악수(惡手)를 둔 것이다. 중국과는 해양 영토 문제가 더 악화할 것이다. 우리로서도 할 말이 생긴 셈이다. 최근 미국은 한국이 일본과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고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일 관계 개선에 문제를 일으키는 쪽은 아베 정권이라는 게 입증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