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 일원으로 파병된 한빛부대가 현지 파견 된 일본 자위대로부터 지난 23일 소총탄 1만발을 '제공'받은 일을 두고 한·일 정부 간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실탄 지원이 일본 내에서도 논란을 불러 일으키자 한국 정부와의 연락 내용까지 공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극도의 불쾌감을 표명하고 있다. 실탄 1만발이 한·일 관계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일(日) 정부 담화가 사태 키워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한빛부대 지휘권자는 유엔군 사령관"이라며 "인근에 주둔한 부대 중 우리와 같은 규격의 실탄을 쓰는 것이 공교롭게도 일본 자위대밖에 없었고, 그것을 빌리는 것은 유엔군 차원의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22일 오전 10시 김관진 장관 주재 긴급대책회의에서 처음으로 탄약 확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군(UNMISS) 일원으로 남수단에 파견된 한빛부대가 함께 파견된 일본 자위대로부터 소총탄 1만발을 긴급 공급받은 것이 한·일 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한빛부대 소속 특공부대 병사가 한빛부대 차량을 경호하고 있는 모습.

그러나 일본 정부는 24일 완전히 다른 주장을 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이날 남수단에 파병돼 있는 자위대 책임자가 화상회의를 통해 보고받은 내용을 동영상과 함께 공개했다. 이 책임자는 "21일 밤 10시(현지 시각)경 한국군 현지 부대 책임자인 대령이 전화를 통해 1만발의 실탄을 빌려 달라는 긴급한 요청을 해왔다"고 보고했다. 그는 "한국군 대령이 (남수단 한빛부대 주둔지인) 보르 야영지에는 1만5000명의 피란민이 있는데 보르를 지키는 부대는 한국군뿐이며 주변은 적투성이"라며 절박하게 실탄지원을 요청했다고 보고했다. 즉 UN을 통하지 않고 현지 부대장이 직접 요청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4일 기자회견에서 22일 한국 정부가 도쿄의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실탄 제공을 요청했다고도 했다. 교도통신은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현지 부대가 직접 제공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외교 당국 간의 협의로 유엔을 사이에 끼워 전달하는 형식을 취했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자위대에 직접 요청했는데 일본 정부가 유엔을 통한 지원이라는 형식을 취했다는 주장인 것이다.

일본 정부는 '실탄 지원'문제가 일본 내에서 '무기수출 금지 원칙'을 어긴 것이라는 이유로 논란을 일으키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새로운 내용들을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일본 NSC에서 지원 결정이 내려진 후 나온 일본 정부 담화문은 다른 차원에서 불을 질렀다. 담화에는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더한층 공헌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일본 정부의 군사적 역할 확대 차원에서 이 문제를 포장한 것이다.

한(韓) "위급 상황 정치적 이용"

우리 정부는 긴박한 상황에서 받은 유엔군 차원의 지원을 "일본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정부 당국자)며 불쾌해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이 문제를 '적극적 평화주의'와 연관시키는 것은 명백한 정치 도발"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빛부대가 실탄을 더 확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현지인들이 반감을 느끼고 한빛부대를 공격할 수도 있어 조용히 진행하려 했는데 일본이 일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실탄을 '무상 지원'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탄약을 갖고 한국에서 출발할 지원팀이 현지에 도착하면 자위대에서 빌린 소총탄은 고스란히 돌려줄 것"이라고 했다. 감정싸움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