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취업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진학률 추이는 지난 2009년 77.8%에서 2012년 70.7%로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특성화고 취업률은 2009년 16.7%에서 올해 40.2%로 급증했다. 지난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한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은 90.3%에 달한다. 이 같은 변화 뒤엔 정부가 추진한 선취업·후진학 지원방안이 자리하고 있다〈조선일보 12월 16일자 F1면 참조〉.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정부·대학·기업체 관계자 3인을 만나 선취업·후진학 지원방안의 현주소를 점검했다.

◇선취업 사업|고교 직업교육 강화로 꿈·끼 찾는다

(왼쪽부터)조남철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나승일 교육부 차관, 김용균 월테크놀러지 대표이사.

'선취업·후진학'은 지난 2008년 교육부(옛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고교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다. 고졸자의 취업을 지원하는 '선취업' 정책과 입사 이후 대학 진학을 돕는 '후진학' 정책으로 나뉜다. 나승일(51) 교육부 차관에 따르면 선취업 정책의 골자는 고교 과정 내 직업 교육 강화로 요약된다. "정부는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등 직업 교육에 특화된 고등학교를 꾸준히 설립해왔습니다. 또 이들 학교 재학생이 마음 놓고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등록금을 면제하거나(마이스터고) 장학금을 지급했어요(특성화고). 관련 예산으로 투입된 돈은 2012년 한해만 해도 3077억원에 달합니다."

기업체에서 마이스터·특성화고 졸업생을 채용하기 시작한 것도 선취업 사업 추진 이후 생긴 변화다. 김용균(46) 윌테크놀러지(경기 수원시 장안구, 삼성전자 협력업체) 대표이사는 회사 인근 마이스터·특성화고 졸업생을 적극 기용하고 있다. 그는 최근 채용한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사례를 들며 "고졸자의 업무역량 역시 대졸자 못잖다"고 평가했다. "대부분 신입사원이 자기소개 때마다 머뭇거리지만 마이스터고 출신 학생들은 당당하게 자신의 포부와 목표를 밝혀요. 일할 때도 누구보다 의욕적이고요. 윌테크놀러지 사원 약 250명 중 절반가량이 고졸자인데요, 이들의 업무 역량은 대졸자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대졸자와 고졸자는 임금 격차가 큰 편이다. 하지만 윌테크놀러지는 대학 재학 기간만큼 연차가 쌓인 고졸자가 인사고과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경우 대졸자와 동등하거나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교육부는 이처럼 채용·승진 등에서 학력에 따른 차등을 줄이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체에 인센티브를 적용할 계획이다.

취업하는 고교생은 많아졌으나 이는 전체 고교생 수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하다. 나 차관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교에서 직업 교육을 받는 학생은 36만7000명으로, 전체 고교생 135만6000명의 30%에도 못 미친다. 나 차관은 "마이스터·특성화고뿐 아니라 일반고의 직업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학생이 일찍 자신의 재능을 깨닫고 진로를 찾는 게 선취업 방안의 궁극적 목적입니다. 학부모는 공부가 아닌 다른 데 소질 있는 학생도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도록 자녀를 이끌어주시길 기대합니다."

후진학 사업|방통대, 선취업·후진학 허브대학 지정

후진학 정책은 선취업한 고졸자가 대학 교육을 원할 경우 이를 지원하는 각종 사업을 총칭한다. 교육부는 △재직자 특별전형 시행 대학 지원 △후진학 선도대학 선정 및 지원 △선취업 후진학 허브대학 구축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나 차관은 "후진학 사업은 대학 진학보단 평생교육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각종 지원 방안은 고졸 취업자들이 전문 역량을 강화하는 '후학습' 개념으로 마련됐습니다. 향후엔 대학이 아니라 직장 내 교육을 보강해 후진학의 범위와 대상, 개념 등을 확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한국방송통신대(이하 '방통대')는 올해 선취업 후진학 허브대학으로 낙점돼 50억원을 지원받는다. 다음 달 10일(금)까지 신입생을 모집하는 프라임칼리지 금융·서비스학부와 첨단공학부는 이 같은 지원책 덕분에 신입생 전원(2000명)의 등록금 40%를 면제하는 등 다양한 특전을 제공한다. 두 곳은 일반전형(1600명)과 특별전형(400명)을 통해 고교 졸업(예정)자를 선발한다. 조남철(61) 방통대 총장에 따르면 특별전형은 산업체 3년 이하 경력자도 지원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각 대학에서 기존에 실시해 온 산업체 재직자 전형은 3년 이상 경력자만 지원할 수 있었다). 조 총장은 "은행이나 보험사 등의 종사자는 금융·서비스학부에, 제조·기술업체 재직자는 첨단공학부에 지원하면 된다"고 말했다.

프라임칼리지 강사진은 명문대 교수로 꾸려질 전망이다. 첨단공학부는 윤명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가 책임교수직을 맡았으며 금융·서비스학부에선 오희석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 최태련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 등이 강의를 준비 중이다. 조 총장은 "담당 튜터제·사이버랩 등 다양한 제도로 양질의 커리큘럼을 제공할 계획이니 관심 있는 고졸자의 지원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