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적자와 수십조원의 부채에 시달리는 지방공사(도시철도공사·개발공사)들이 매년 합계 1000억원이 넘는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58개 지방공사의 부채는 52조2207억원으로 전체 지방공기업의 부채 72조5000억원의 72%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지방공사들에서 최근 5년간 성과급으로 지급한 금액만 80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SH공사 등 전국 58개 지방공사의 재무 현황을 지방공기업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 이 지방공사들이 2008년부터 작년까지 총 7919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16일 밝혔다. 2008년 1313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고, 2009년 1554억원, 2010년 1769억원에 이어 작년에는 1841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같은 기간에 지방공사의 부채는 2008년 31조6614억원에서 작년 52조2207억원으로 20조5593억원이나 늘었다. 부채가 늘어나는 동안, 성과급도 함께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서울메트로, 5년간 성과급 2916억원

서울메트로는 2008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성과급으로만 2916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397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서울메트로는 작년에는 890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5년 사이 성과급만 두 배 넘게 오른 것이다. 1인당 평균 985만원의 성과급을 받아챙긴 셈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역시 지난 5년간 1813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고, 부산교통공사도 1012억원의 성과급을 5년간 지급했다.

이 공사는 매년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공기업이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총 8474억원의 손실을 봤다. 최근 5년간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만 2838억원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5년간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이자비용은 951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임직원들은 수백억원의 성과급 축제를 벌였다.

부채·적자와 무관한 경영평가

매년 수백억~수천억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성과급 잔치를 벌일 수 있는 이유는 지방공기업의 경영평가 방식 때문이다. 지하철 등 도심 공공 교통서비스와 상·하수도 사업을 하는 지방공기업은 일반적으로 재정 상태보다는 공공서비스를 얼마나 제대로 제공했는지를 통해 평가받는다. 예를 들어 서울메트로의 적자와 부채가 커지더라도, 시민에게 더 많은 지하철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경영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는 식이다.

하지만 지방공사의 부채가 50조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재정 상태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많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사가 결탁해 선심성 사업만 진행할 경우 지방공사의 재정 상태는 더욱 악화된다는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과급 제도란 기본적으로 경영 성과를 기준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이라며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는데도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것은 일반 기업 기준으로 봤을 때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지하철이나 상·하수도 같은 공공서비스 위주 공기업은 수익성만 기준으로 하면, 엄청난 요금 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에 서비스 실적 위주로 평가하는 것"이라며 "SH공사 같은 개발공사의 경우에는 경영 성과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