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고(故) 김수근의 작품인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간 사옥'이 등록문화재로 사실상 확정됐다. 지난 10일 열린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위원회는 공간 사옥 가운데 김수근이 설계한 옛 사옥에 대해 출석 위원 10명 만장일치로 "문화재로 등록한다"고 의결했다. 장세양 설계인 신(新)사옥과 이상림 작품인 신식 한옥은 등록 대상에서 제외됐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문화재 위원인 김정신 단국대 교수(건축사) 등 전문가 3명이 현지 조사를 벌였다. 김 교수 등은 "공간 사옥은 한국 현대 건축을 상징하는 기념비적 건축물로 건물 외관은 물론 내부 공간 구성도 원형대로 보존돼야 한다" "용도 변경과 훼손이 우려돼 긴급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심지어 "소유주의 재량권이 많은 등록문화재 정도가 아니라 허가 없이 형태 변경이 아예 불가능한 지정문화재로 추진하는 게 마땅하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신안준 충청대 교수(문화재전문위원)는 "새로운 소유주가 화랑으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어 현실적으로 일부라도 개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김수근의 체취가 배어 있는 옛 사옥 본래의 가치를 원형 그대로 보존,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정문화재로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했다. 등록문화재가 되더라도 소유주가 지자체장에게 30일 전까지 신고만 하면 철거나 이전을 할 수 있어 완벽한 해결책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문화재 위원들은 '50년 이상이 지나지 아니한 것이라도 긴급한 보호 조치가 필요한 것은 등록문화재로 등록할 수 있다'는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제34조를 적용, 지은 지 42년이 된 '공간 사옥'을 문화재로 등록한다고 결정했다. 공간 사옥은 최근 공개 매각 위기에 처했다가 아라리오갤러리(회장 김창일)가 미술관으로 쓰겠다며 건물을 매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