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시험 성적서를 위조해 불량 케이블을 원자력발전소에 납품한 원전 부품 제조 업체 JS전선 고문 엄모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케이블 발주 업체 한국수력원자력, 시험 결과 승인 기관 한국전력기술, 시험 업체 새한티이피의 임직원 등 시험 성적서 위조에 가담한 7명에게도 징역 2년 6개월에서 징역 5년씩을 선고했다.

이들은 서로 짜고 불량 케이블을 정상인 것처럼 속여 원전 신고리 1~4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납품했다. 이 원전 6기는 케이블 교체 공사 등을 하느라 가동이 중지돼 있다. 문제가 된 케이블은 핵연료 과열이나 이상으로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안전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원자로에 제어(制御) 신호를 보내는 부품이다. 고밀도 방사능과 고온·고압 증기 안에서도 정상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엄격한 검증을 통과한 뒤에만 납품할 수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번 사건으로 케이블 교체 비용 945억원, 발전 손실액 1조3500억원에 원전 가동 중지에 따른 연간 대체 전력 구입비까지 합쳐 실질 피해액이 9조9500억원에 이른다"며 "원전 가동이 장기간 중단돼 국민이 전력 수급 불안에 시달렸고 유난히 더웠던 지난여름을 고통 속에 지내야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국가나 조직이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을 갖췄다 해도 운영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잘못하면 소용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일본 후쿠시마는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반경 30㎞ 지역이 폐허가 돼 있다. 주민이 모두 떠나 버려진 가축 수백만 마리가 죽어나가고 있다. 도쿄전력이 사고 후 지금까지 배상한 액수만 3조8000억엔(43조8000억원)에 이르고 방사능 오염 제거 비용까지 합하면 피해액이 100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국제원자력기구가 '방사능 긴급 보호조치 계획 구역'으로 정한 원전 반경 30㎞ 안에 487만명이 살고 있다. 국민 열 명 가운데 한 명꼴이다. 원전 비리는 개인의 도덕 문제가 아니라 수백만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국토를 황폐화시킬 수 있는 대형 범죄다. 이런 비리를 저지른 사람에겐 어떤 중형(重刑)을 내려도 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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