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빨간색으로만 칠한 집과 가족, 뿌리째 뽑힌 나무에 깔린 지붕도 없는 집, '초록색 괴물'을 그린 자화상(自畵像)….

필리핀 중부를 초토화시킨 '하이옌(Haiyan·바다제비)'에 집을 잃고 가족이 다친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이다. 지난 20일(현지 시각) 국제 구호 단체인 월드비전은 세부섬 북부 '타보곤(Tabogon)'의 '소모사(Somosa)' 마을에 임시 '아동심리치료소(CFS)'를 차렸다. 1000여명이 모여 사는 소모사는 하이옌 주요 피해 지역 중 한 곳으로 90% 이상의 가옥이 파괴됐다. 이날 CFS에서 그림 치료를 받은 7~12세 아이 120여명 중 절반 이상이 '정신 충격' 판정을 받았다.

CFS에서 만난 제임스(7)는 가족과 집을 그려보라는 말에 8가지 색의 색연필 중 빨간색으로만 색칠했다. 제임스의 집은 하이옌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제임스는 학교에 있어 화를 면했지만 아빠는 지붕에 왼쪽 다리가 깔렸고, 누나는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제임스는 왜 빨간색으로만 그림을 그렸는지 묻자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교사 마브 살사레조(40)씨는 "태풍이 오기 전까지 말썽을 많이 부려 속을 썩이던 제임스가 갑자기 조용한 아이가 됐다"고 말했다.

다른 수십명의 아이도 팔이 없는 엄마와 형제들, 쓰러진 나무에 피를 흘리며 다친 사람 등 태풍 피해 후의 심적 혼란을 보여주는 끔찍한 그림들을 그렸다. 선우현 명지대 아동심리치료학과 교수는 "태풍 피해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아이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필리핀 세부섬 타보곤 소모사 마을에서 태풍 하이옌(Haiyan)으로 살 곳을 잃은 필리핀 어린이가 색연필로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그림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지난 14일부터 조선일보와 함께 필리핀 돕기에 나선 단체와 기관들에는 시민의 온정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22일 오후 5시까지 각 단체와 기관의 은행 계좌로 들어온 일반인들의 성금과 ARS·문자 후원 총액(고액 성금 제외)은 3억5250만원을 넘어섰다.

☞ 모금단체 전화·계좌

사회복지공동모금회(계좌:기업은행 222-383838-01-017, ARS 모금 060-700-1122)

대한적십자사(계좌:신한은행 140-010-244612, ARS 모금 060-700-1234)

기아대책(계좌:국민은행 059-01-0536-352, 후원문의 02-544-9544, 문자 후원 #959913)

굿네이버스(계좌:국민은행 463537-01-002778)

월드비전(계좌:우리은행 269-800735-18-904)

구세군 대한본영(계좌:하나은행 939-100410-04305)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계좌:국민은행 65859-01-1002949)

한국컴패션(계좌:국민은행 036190-13-041827, 후원문의 02-740-1000)

세이브더칠드런(계좌:우리은행 109-04-174866, ARS 모금 060-700-1233)

※ARS: 1건 2000원, 문자 후원: 1건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