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데다가 대학 세워가꼬 되겠습니꺼. 안 될낀데…."

A씨는 2000년대 초 개교를 앞둔 4년제 대학의 교직원으로 오라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캠퍼스라고 가봤더니, 인적 드문 산골짜기에 건물 하나 축구 골대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다. 그런데도 대학 측은 자신만만했다. "장사가 된다니까요. 아니면 왜 (대학) 할라 하겠습니까. 우리 애들로 안되면,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애들 모집한다는 게 우리 콘셉트이고."

이 대학은 개교 직후부터 재정난에 시달리다 학생 충원율을 30% 채 못 채우고 2008년 폐교된 경북 경산시의 아시아대학이다.

A씨는 "지금 와서 이렇게 큰 고통이 될 줄도 모르고, 그때는 다 장사 될 줄 알고 곳곳에 대학을 많이도 세웠다"고 말했다.

정부가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에 대비해 대학 입학 정원을 줄이는 '대학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다가오는 위기의 심각성도 지역별로 다르다. 10년 후에도 상대적으로 괜찮은 곳이 있는가 하면, 급격히 학생 인구가 줄어 상황이 악화되는 곳이 있다. 현재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 연구를 이끌고 있는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의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그 점이 드러난다.

지역별로 대학 입학 정원(올해 기준) 대비 고교 졸업생 비율이 10년 후 급격히 줄어드는 지역은 부산·울산·경남, 호남(전남·전북·광주), 대구·경북 순서로 나타났다. 이 지역들의 10년간(2013~2023 학년도) 정원 대비 학생 비율은 각각 52%, 42%, 39%포인트씩 줄어든다. 배 교수는 "이 지역에 대학들이 상대적으로 많고 다른 곳에 비해 학령인구가 갑자기 급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고교 졸업생은 올해 10만1100명에서 10년 후엔 5만8600명으로 42%가 줄어든다. 대구·경북과 호남도 각각 42%, 40% 감소한다. 이는 전국 평균(37%)이나, 충청(33%), 강원(35%) 등 다른 지역 감소폭보다 크다.

현재 부산·울산·경남 권역과 대구·경북, 호남권에는 대학(2년제 포함)이 각각 48곳, 50곳, 59곳씩 있다.

이 때문에 이 지역 대학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영남의 B사립대는 "학과별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전남의 전문대 한 교직원은 "전남에만 2년제 대학이 10개 정도 있는데, 이 중에 10년 후에 살아남을 곳이 3~4개는 될지 모르겠다"며 "당장 인기있는 간호나 물리치료 같은 과 말고 다른 과들은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수도권 대학들이 구조조정 '무풍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사실 수도권에 위치한 덕분에 학생 정원은 채우지만, 교육과 연구의 질이 떨어지는 수도권 대학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은 수도권과 지방을 권역별로 분리해 별도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배상훈 교수는 "대학들이 현재 처한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부실 대학이 양산되어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015년부터 대학 구조조정을 본격 실시할 방침이며 올해 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