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동북아 안보와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런 일본의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한·미·일 3국이 동북아에서 직면한 위협에 맞서는 강력한 억지력이 될 것"이라며 "이 위협에는 북한의 위협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미·일이 논의 중인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대상 지역에 한반도가 포함돼 있다는 뜻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이 공격받았을 때 이것을 자국(自國)에 대한 침략 행위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다. 유엔 헌장 51조에 보장된 주권 국가의 고유 권한이다. 일본은 지난 수십년 동안 '집단적 자위권을 갖고 있지만 평화헌법의 정신에 따라 행사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지켜 왔다. 그러나 작년 말 출범한 아베 내각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일본 헌법 해석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이런 헌법 해석 변경 시도를 '적극적 평화주의'라고 정당화했다.

미국은 지난 20년 가까이 일본에 군사비 증액과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종용하며 일본을 이런 방향으로 이끌다시피 해왔다. 며칠 전 유럽연합(EU) 집행부는 아베 총리와 회담한 후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환영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일제 침략을 받았던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영국·호주·러시아도 일본의 군사 역할 확대를 지지하고 있다. 여기에 반대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정도다.

표면적으론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적극 행사해야 할 가장 큰 이유로 북한의 급변 사태 또는 북한의 도발 상황을 꼽는다.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이 공격받을 경우 일본이 미·일 안보조약에 따라 적극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똑같은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미·일이 한입으로 일본의 군사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이면(裏面)의 진짜 이유는 군사 대국으로 부상(浮上)한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에 근거를 두고 있다. 미국은 막대한 재정 적자 때문에 군사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아세안과 유럽 국가들이 일본의 군사 역할 확대를 환영하는 것도 이런 배경과 이유에서다.

일본이 내년 상반기쯤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헌법의 해석을 변경하면 군사적 측면에서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나라가 대한민국 앞에 등장하게 된다. 동북아 군사·안보 정세의 지각(地殼)변동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은 그 한복판에 있다. 정세 변화에 따라선 한·미·일 3각 동맹과 중국 사이에서 국가적 선택을 재촉받는 순간을 맞을 수도 있다. 정부는 동북아 안보 지형의 근본 틀이 바뀌는 이 비상(非常)한 사태를 헤쳐나갈 국가 전략을 세우고, 이 상황을 국민에게 알려 국민을 결집시키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의 국제 정세를 읽는 깊은 눈과 리더십이 절실하다.

[사설] 천안함 爆沈 조롱 작가에게 2함대 장병 상대 강연시켰다니
[사설] 병원 진료 OECD 1위, 노인·저소득층 '의료 남용' 줄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