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본인과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LIG손해보험의 지분 20.96%를 모두 팔겠다고 했다. LIG손해보험은 LIG그룹의 모체(母體)이자 주력 기업이다. 그룹 전체 자산과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4~85%에 이른다.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으로 LIG손해보험이 떨어져나가면 그룹은 사실상 해체된다. 구 회장이 주력 기업인 LIG손해보험을 팔겠다는 것은 계열사인 LIG건설이 발행했던 기업어음(CP)의 피해 보상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LIG건설은 2011년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 몇 달 동안 CP를 2000여억원 발행해 투자자 700여명에게 피해를 입혔다. 검찰은 구 회장 일가가 LIG건설이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 것처럼 속이고 투자자들에게 기업어음을 판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구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구 회장의 장남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도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구 회장이 보험회사를 팔아 그 돈으로 투자자들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한 것은 항소심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기 위한 재판 전략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기업인이 40년 넘게 키워온 그룹의 주력 회사를 포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총수 가족이 사재(私財)를 털어 투자자 피해를 모두 갚아준 사례를 볼 수 없었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기업이 막대한 적자를 내고 무너지는 바람에 그 기업에 투자한 사람이나 그 기업과 거래한 회사들이 큰 피해를 보았는데도 정작 망한 기업의 기업인과 가족은 몰래 빼돌린 재산으로 잘사는 경우가 많다. LIG그룹 해체는 이렇게 부도덕하게 기업을 경영하고 결말도 부도덕하게 처리하는 기업인들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다. 그룹 총수가 경영 실패에 무한(無限)책임을 지고 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결국 응징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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