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백농교육상 수상자인 박재동 교사는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 야간 학교에 나오는 만학도들에게서 배움에 대한 열정을 배웠다”고 말했다.

"예순이 넘은 연세에도 졸린 눈 비벼가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학생들을 보면 오히려 제가 배우는 게 더 많습니다."

박재동(58) 경북 경주 선덕여중 교사의 말이다. 박 교사는 29년간 자신이 몸담은 일반 학교는 물론 야간학교 교사로 지원해 가난하고 나이 많은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그 공로로 제1회 백농교육상을 받는다. 백농교육상은 일제강점기 민족 교육에 헌신한 중동학교 설립자 백농(白�) 최규동(1882∼1950)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박 교사는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경주 선덕여고 수학 교사로 부임했다. 1985년부터 당시 이종용 경주 한림야간중고등학교 교장의 소개로 야학 교사 활동을 시작했다. "저는 운 좋게 별 어려움 없이 고등학교·대학교를 나왔지만, 제가 자란 대구만 해도 돈이 없어 진학을 포기하는 이가 많았어요. 교사가 되고 나서 배움에 목마른 이들을 위해 보람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1973년 세워진 한림야간중고등학교는 가정 형편 탓에 중학교에 다니지 못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해 현재는 만학도(晩學徒) 70여명이 공부하는 비정규 야간학교다. 주로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된 여성들이 집안일을 마치고 야간에 나와 공부하고, 낮에는 노인 70여명이 이곳에서 한글을 배운다. 박 교사는 지난해 9월 이 학교 교장으로 취임했다.

박 교사는 사재(私財)를 털어 학비를 보태가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고등학교·중학교 교사로 정규 수업을 마치고, 야간 자율 학습 감독이 없는 날을 골라 야간 학교에서 주 2~3회 오후 10시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밤늦게 귀가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검정고시를 앞두고는 혹시나 떨어지는 학생이 있을까 봐 주말에도 보강과 특강을 했다. 야간 학교를 졸업한 학생 800여명 중, 고령 학생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박 교사에게서 수학을 배우는 학생 중 절반가량은 정년 퇴임을 3년 앞둔 박 교사보다도 나이가 많다. 박 교사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존대를 하는데, 머리가 희끗희끗한 학생들이 '선생님 말씀 편하게 하세요'라고 말해 당황할 때가 많다며 웃었다. 그는 "여중생 제자들과 비교하면 수학 공식을 이해시키는 데 시간이 더 걸리지만, 배우겠다는 의지만큼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나이 들어 야학에서 공부하고 검정고시를 통과해 왕성히 활동하는 학생들을 보면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고 했다. 마흔이 넘어 야학에서 박 교사에게 배운 정석호(58)씨는 현재 경주시의회 의장이 됐다.

박 교사는 상금 1000만원을 한림야간중고등학교 발전기금으로 기부해 난방 시설을 보강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그는 "배움에도 나이가 없지만 가르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퇴임 후에도 계속 야학에서 가르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