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3중 전회)'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될 국가안전위원회 설립을 결정한 것이다.

이 위원회에는 당 중앙정법위원회와 공안부, 사법부, 무장경찰부대, 국가안전부(국정원 격), 외교부, 당 중앙 대외선전판공실 등 당·정(黨·政)의 주요 권력기관이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위원회는 상설기구로 당 중앙과 국무원(정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국정자문기구)에 이어 서열 5위의 공식 국가기구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베이징 정가 소식통은 이날 "시진핑이 국가 주석, 당 총서기,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다 국가안전위원회 위원장까지 맡게 된다면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에 버금가는 권력을 틀어쥐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3중 전회'의 중국 공산당 지도부 - 시진핑(習近平·가운데) 중국 국가주석 등 공산당 지도부가 12일 베이징에서 폐막한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 참석해 국가안전위원회 설립을 담은 당 중앙 결정에 손을 들어 찬성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왼쪽부터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시 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위정성(兪正聲)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왕치산(王岐山)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복귀' 전략이 속도를 내고, 일본 중의원이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법안을 통과시킨 상황 등을 감안해 국가안전위원회 창설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안전위원회는 북핵 등 한반도 문제는 물론 주변국과의 영토 분쟁까지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중국의 주요 대외 정책은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 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중국은 집단 지도 체제를 채택하고 있어 국가 주석도 외사공작영도소조에선 한 표만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 치안과 정보기관은 당 중앙정법위에서 별도로 책임졌다. 그러나 국가안전위원회가 출범하면 국내외 안보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날 3중 전회 공보(公報)를 통해 "국가 안전 체제와 국가 안전 전략을 개선하고 국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안전위원회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국가안전위원회 창설을 처음 검토한 것은 1997년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장쩌민(江澤民) 당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의 NSC를 보고 국가안전위원회 설립을 지시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군사위 주석으로 이미 군권을 장악하고 있던 그가 국가안전위원회까지 관할하게 되면 권력이 지나치게 비해대질 것을 우려한 당내 반대 세력의 반발에 부딪혔다고 한다.

중국은 이번 3중 전회를 통해 정부 기능 조정과 시장 역할 확대, 빈부차 축소, 반(反)부패, 토지·세제·군대·금융·국유기업 개혁 등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세제 개혁을 언급하며 "사회 공평"을 강조했다. 또 "자유무역지대 건설을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출범한 상하이 자유무역지대가 금융 분야 개혁·개방을 성공하면 이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유기업에 대해선 "현대적 기업제도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3중 전회 개혁안은 경제·사회 분야에서 권력과 부(富)의 집중을 최대한 분산시키는 게 목표다. 시진핑식 '경제 민주화'가 시동을 건 셈이다. 농민의 집단 토지를 수용할 때 보상금을 충분히 지급하고, 농민의 토지 소유권을 일부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법 개혁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공보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권과 검찰권"을 거론했다. 미국식 연방순회 법원 도입과 중국의 대표적인 인권 침해 제도로 지적받는 노동교화제 폐지 등이 거론된다. 노동교화제는 재판 없이 인신을 4년 이상 구금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의 강조가 정치·체제 개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시진핑 체제는 이미 '정좌경우(政左經右·정치는 좌파, 경제는 우파)'로 방향을 잡은 상태다.

그러나 기득권층 및 좌경 보수파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패 혐의로 낙마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 서기를 '종신 당 대표'로 추대한 즈셴당(至憲黨)의 발기인인 왕정(王錚) 베이징경제관리간부학원 부교수는 이날 영국 BBC 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서 "그동안 중국의 개혁은 헌법을 위배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