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는 11~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당 의원이 '감사원의 독립성·중립성 확보를 위해 감사원장의 대통령에 대한 수시 보고 폐지'에 관한 생각을 묻자 "감사원장의 수시 보고는 국가 시책에 빨리 대응할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이 있다"고 답변했다. 또 "감사위원 인선은 (청와대와) 실질적 협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 기구이지만 준(準)사법기관으로 독립성을 유지해야 할 필요 때문에 일반 행정기관과 다르게 대통령에 대한 정례 보고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역대 감사원장들은 대통령을 따로 만나 감사 대상과 감사 결과 등에 대해 보고하는 관례를 쌓아왔다.

황 후보자는 그러면서도 "감사원에 대한 어떤 외풍(外風)도 막아내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감사원을 향한 외풍(外風)은 대개 청와대에서 오는 것이다. 결국 황 후보자는 청와대와 감사원 간의 관계에 대해 사실상 기존 관행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감사원은 올해 유독 정치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오락가락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전(前) 정권 시절인 2011년 1차 감사에선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가 올 1월과 7월엔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 "대운하의 사전 단계"라고 180도 뒤바뀐 결과를 내놨다. 지난 8월엔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양건 전 감사원장이 헌법에 보장된 임기 4년 중 1년 7개월을 남겨둔 상태에서 갑자기 그만뒀다. 이 모두가 지금 감사원이 처해 있는 상황과 그 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OECD 국가 중 감사원이 행정부 소속으로 돼 있는 나라는 한국과 포르투갈뿐이다. 감사원을 미국·영국처럼 의회 소속으로 바꾸거나, 독일·일본처럼 독립위원회로 만들려면 헌법을 바꿔야 한다. 감사원만 따로 떼어내서 개헌(改憲)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현재의 틀 속에서 감사원의 직무 독립과 정치 중립을 보장할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감사원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는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6명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다. 헌법은 감사위원을 감사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감사위원 인사(人事)의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제도적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감사위원 추천 권한을 외부로 확대하고 감사위원에 대한 국회 청문회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의 뜻을 감사원에 전달하는 창구나 마찬가지인 사무총장의 기능과 역할도 재정립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먼지털기식 비리 적발이나 세부 규정 준수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는 감사 방식에도 일대 변화가 있어야 한다.

감사원장이 감사원의 소임(所任)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으며, 어떤 결심과 소신으로 그 철학을 구현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사원장이 임기나 지킬 생각으로 청와대나 정치권 눈치를 보게 되면 무슨 제도로도 감사원의 독립을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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