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성화 봉송이 사상 최초로 9일 우주 공간에서 진행됐다. 러시아 우주인 올렉 코토프가 지상 420㎞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밖에서 지구를 배경으로 우주 유영을 하며 내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 쓸 성화봉을 흔들고 있다. 우주에는 공기가 없어서 성화봉에 불이 붙지는 않는다.

9일(현지 시각) 우주 공간에서 최초로 올림픽 성화(聖火) 봉송이 이뤄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지상에서 420㎞ 떨어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있던 우주인 2명이 ISS 밖으로 나와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을 위한 성화봉을 전달한 것이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과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성화봉이 우주선에 실린 적은 있지만, 우주선 밖으로 나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 성화 봉송 프로젝트는 지난 7일 시작됐다. 성화봉을 실은 러시아 우주선이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것. AFP는 "ISS에 도착한 우주인들이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는 동안 성화봉은 무중력상태에서 둥둥 떠있기도 했다"고 전했다. ISS에 체류 중이던 러시아 우주인 세르게이 라잔스키와 올렉 코토프는 9일 오후 2시 30분(그리니치 표준시) 성화봉을 들고 우주 공간으로 나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코토프는 우주복에 성화봉을 특수 밧줄로 연결해 분실에 대비했다. 라잔스키는 지구를 배경으로 성화봉을 든 동료를 영상에 담았다. 두 우주인은 한 시간여에 걸쳐 ISS 주위를 유영하며 성화 봉송을 했다. 이 장면은 러시아 TV와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전광판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ISS에 산소가 부족한 데다 화재 가능성 등이 있어 대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성화봉에 불을 붙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성화봉은 오는 11일 지구로 돌아온다. 소치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이 성화봉으로 내년 2월 7일 올림픽 주경기장의 성화대에 불을 붙일 계획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비록 성화봉의 불길이 우주에 있는 44여시간 동안 꺼져있었지만, 러시아는 이번 기회에 우수한 과학 기술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올림픽 열기를 끌어올렸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