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는 5일 고교 한국사 검정(檢定)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다양한 역사관이 있기 때문에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해서는 통일된 역사 교과서가 필요할 수 있다"며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國定)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정' 교과서는 정부가 집필자를 선정해 직접 발행·감수까지 도맡는 책을 말하고 '검정' 교과서는 민간 출판사가 집필진을 자체 구성해 집필한 뒤 정부 심사를 거쳐 발행하는 책이다. '검정'이라고 해도 출판사나 저자가 마음대로 자기 이념과 취향을 쏟아놓아선 안 되고, '국정'도 정부가 제멋대로 만들어선 안 된다. 역사 교과서는 사실에 기초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2세들을 길러내겠다는 발행 취지에 맞추면서 자라나는 학생들의 지적 발달 수준에 맞게 쉽고 친절하게 쓰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 나와 있는 고교 한국사 검정 교과서들은 이런 교과서상(像)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8월 검정을 통과한 8개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829개의 잘못을 수정하라고 권고했다. 검정 교과서들에 담긴 사실 왜곡·오류, 오·탈자와 베끼기 같은 부실함이 도를 넘어 사실상 불합격 조치를 내린 것이다. 교과서들이 안고 있는 이념적 편향성은 더욱 심각하다. 대부분의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성장·발전 과정에 나타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돋보기를 들이대면서 북한의 3대 세습 독재나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의 생활상에는 눈을 감고 있다.

10월 유신 직후인 1974년부터 국정으로 발행되던 한국사 교과서를 2002년 근·현대사 교과서 때부터 검정으로 전환한 것은 학생들에게 역사를 보는 다양한 해석과 관점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현대사 연구가 특정 사관(史觀)에 치우친 세력의 손에 들어있는 우리 현실에서 검정 교과서 체제는 대한민국 역사 교육이 중심을 잃고 한쪽으로 기울도록 하는 결과를 불러오고 말았다.

국정 교과서 체제로 돌아가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 세력의 입맛에 맞춰 역사 교과서가 바뀌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지금처럼 편향된 사관에 집착하는 특정 세력이 학생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가는 역사교육을 내버려둘 수는 없다. 미래에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나라의 역사를 정확하고 올바르게 익히도록 하기 위해선 어떤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우선 논의의 초점을 모아야 한다. 검정 교과서냐 국정 교과서냐는 그 다음의 선택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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