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발표대로라면,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18년부터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고 고등학교 교육 시스템이 대폭 바뀌게 된다. 문과 학생들은 과학을 배우지 않고, 이과 학생들은 사회 영역을 도외시하는 시간표가 사라지고 '공통사회' '융합과학'을 모든 학생이 공부하게 된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융·복합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문·이과 구분을 없애야 한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교사·학부모 등 66%, "문·이과 융합 찬성"

교육부가 이달 초 교사 4000명과 학부모 1000명, 대학 관계자 897명을 대상으로 문·이과 통합방안에 대해 설문 조사를 했더니, 지금의 문·이과 구분을 유지하자는 의견은 30%에 그쳤다. 66%는 이과를 일부 융합하거나 완전히 융합하는 안에 찬성했으며, 4%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교육의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문·이과 구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3 '전국 연합 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8일 대전 유성구 지족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문제를 풀고 있다.

박성현 한국과학기술원장은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다양한 학문을 가르쳐야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 기술을 두루 갖춘 인재도 기를 수 있다"며 "우리나라 경제가 이제 남을 쫓아가는 추격형에서 앞서 나아가는 창조형으로 바뀌어야 하는 만큼, 문·이과 구분을 없애 하루빨리 새로운 인재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나치게 세분화된 사회·과학 교과 통합해야"

하지만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융합형 교육 과정을 운영하려면 갈 길이 멀다. 우선 교육과정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교육과정 개편의 핵심은 현재 과학탐구 8과목(물리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 사회탐구 10과목(한국지리, 세계지리, 동아시아사, 세계사, 법과 정치, 경제,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한국사)을 합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박백범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은 "지금은 과목이 지나치게 세분되어 있는 데다 수능시험에서 그중 일부를 선택해 치르기 때문에 학생들이 시험을 안 치는 과목은 아예 공부를 안 한다"며 "앞으론 융합형 교육과정을 개발해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으로 공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도 고교 교육과정에 과학과 사회 융합형 과목이 개발되어 있고 학교에서 선택해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호응이 적다.

◇2017년까지 문·이과 융합 교과서 개발

쪼개진 과목들을 어떻게 하나로 합칠지, 교과목 수를 몇개로 할지 등은 다음 달부터 2015년 5월까지 연구해 결정하겠다는 게 교육부 계획이다. 단 학생들이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 내용을 고교 때 배우더라도, 이과 계열 학과에 진학할 학생들은 대학의 요구나 자기 필요에 따라 심화 과목을 선택해 공부할 수 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교육 과정이 개편되면 교과서도 새로 제작하고 교사 양성 시스템도 바꾸어야 한다. 교육부는 새 교과서를 2017년까지 개발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또 교사들이 융합형 교과를 가르칠 수 있도록 사범대 교육 내용을 개편하고, 기존 교사들에게도 연수를 실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렇게 융합형으로 교육과정이 개편되면 수능시험도 2021학년도부터 당연히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