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한국 어머니 손맛에서 인류의 손맛으로
"한국의 나눔 정신 본보기… 자연 재료 창의적으로 이용"
한국의 '김치와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문화재청은 23일 "'김치와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의 사전 심사 역할을 하는 '심사 보조 기구'로부터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등재 최종 결정은 오는 12월 2~7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이뤄지지만 지금까지 등재 권고 판정이 뒤집힌 예는 거의 없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등재 신청을 하면서, 마을 주민이 모여 함께 김치를 담그면서 형편이 어려운 집에도 나눠 주는 전통이 이어져 왔다는 의미에서 '김치와 김장 문화'의 영문 이름을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김장(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으로 했다.
심사 보조 기구는 "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여러 세대를 거쳐 내려온 김장은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며 연대감과 정체성을 높일 수 있게 했다"며 "자연 재료를 창의적으로 이용하는 세계 다양한 공동체들 사이의 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돈희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위원장은 "우리 대표 음식을 인류의 유산으로 인정받음으로써 한국 문화 전체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등재 권고 판정은 세계 각국 31건의 신청 중 23건에 대해서다. 우리나라는 종묘제례·종묘제례악(2001), 판소리(2003), 강릉단오제(2005), 남사당놀이(2009), 택견(2011), 아리랑(2012) 등 모두 15건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김치와 김장 문화'의 등재가 확정되면 16건이 된다. 그러나 2011년 조선왕조 궁중 음식처럼 정부의 한식 세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향유층이 넓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등재에 실패한 예도 있다.
日 와쇼쿠(和食), 멕시코·그리스 요리처럼 등재될 듯
日 "와쇼쿠는 일본인의 정신"
일본의 전통적 식문화 '와쇼쿠(和食·사진)'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김치와 김장 문화'와 마찬가지로 사전 심사에서 등재 권고를 받았다.
일본은 와쇼쿠에 대해 '자연을 존중하는 일본인의 정신을 체현한 것으로, 식문화와 관련된 사회적 관습'이라고 정의했다. 일본이 유네스코에 제출한 와쇼쿠의 구체적 내용은 ▲신선하고 다양한 식재료와 재료의 맛 존중 ▲영양 균형이 뛰어난 건강한 식생활 ▲자연의 아름다움과 계절 변화를 표현하는 장식 ▲정월 등 연중행사와 밀접한 관계 등이다.
음식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건 지난 2010년부터다. 그해 프랑스 요리는 '프랑스 사람들의 아름다운 식사'라는 이름으로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프랑스인들이 생일, 결혼식 등 각종 기념일에 즐기는 코스 요리와 숟가락, 나이프, 포크를 놓는 관습까지 포함됐다.
같은 해 멕시코도 전통요리를 등재하는 데 성공했다. 유네스코는 옥수수, 콩, 칠리 등 작물 재배 방식부터 요리하고 먹는 방법까지를 인류가 보존해야 할 무형문화유산으로 판단했다.
터키의 '케시켁'도 전통 음식 문화 전체를 인증받은 사례이다. 케시켁은 결혼식과 할례의식 등에 차려지는 전통 요리다. 밀과 고기 등을 섞어 커다란 가마솥에 요리해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음악·연극 공연이 함께 펼쳐지기도 한다.
이외에도 스페인·그리스·모로코·이탈리아 등 각국의 지중해식 식단 등이 등재돼 있다. 각국 전통 요리를 비롯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은 257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