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화면 캡처

서해북방한계선(NLL) 경계 임무를 맡고 있는 서해 2함대의 주력 구축함인 을지문덕함(3800t급)이 지난해 12월 새벽 전북 군산 어청도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대정전 사태로 5시간 동안 ‘먹통’인 채로 바다 위에 멈춰섰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해군으로부터 제출받은 ‘을지문덕함 정전 원인 규명 및 정밀진단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을지문덕함은 지난해 12월 9일 오전 3시 30분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서남방 110여㎞ 해상에서 대잠수함 작전을 벌이던 도중 갑자기 발전기 2대가 경보를 울리며 비상정지해 정전됐다.

해군 170여명이 탑승한 길이 135m의 거함이 불이 꺼진 채 바다 한 가운데 멈춰선 것이다.

승조원들은 예비 발전기 2대를 가동시키려 했지만 시동이 되지 않았고, 인근에서 작전중이던 율곡이이함과 평택에 있는 서해 2함대와 교신에 나섰지만 이번엔 통신실의 통신기가 작동되지 않았다.

통신실에 비치된 비상배터리 12개 가운데 9개가 불량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별도의 비상통신기를 가동, 정전 발생 후 25분만에 2함대와 교신이 이뤄졌다.

2함대는 을지문덕함 예인까지 준비했으나 정전 발생 5시간만인 오전 8시18분 전원이 공급됐다.

한 승조원이 발전기에서 외부로 튀어나온 스위치(가버너)를 로프로 묶어 강제로 고정시킨 뒤 작동 스위치를 누르자 전원이 들어왔던 것이다.

해군은 이런 대정전 사태는 우리 함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해군은 사고 직후 두 차례의 조사·재조사를 통해 “발전기 가동 중단은 비상 배터리가 불량이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정전 사고 발생 당시 비치됐던 기관 조종용 배터리 16개 중 62%인 10개가 성능 저하품이었다”고 밝혔다.

을지문덕함은 광개토대왕함에 이어 국내기술로 제작한 두번째 구축함이다. 1999년 취역한 을지문덕함은 대함미사일 하푼(사거리 130㎞)과 대공미사일 시스페로우(사거리 18㎞), 청상어 어뢰, 127㎜ 함포(사거리 23㎞)와 30㎜ 부포 2문으로 무장했다. 배 길이는 135.4m로 축구장보다 크고, 6m 파고(波高)에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또 2대의 작전용 헬리콥터까지 갖춘 서해 방어의 핵심전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