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주로 '경제' 얘기만 하면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등 현안엔 침묵했다. 지난달 30일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이후 박 대통령이 정치 현안을 언급하지 않은 지는 20일이 넘었다. 그러나 정치권이 계속 지난 대선 이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분위기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생을 이야기하기 전에 정부와 정치권은 먼저 이런 것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여야가 합의해 기업들이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와 법규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 달라"고 했다. 정치권에 대한 간접적 비판으로 해석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마이크를 옆으로 돌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제 관련 얘기만 했고 국내 정치 상황과 관련된 얘기는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복잡한 현안이 터지면 '민생'으로 대응하고, 사안이 어느 정도 진정된 뒤 경우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패턴을 주로 보여왔다. 지금 청와대 기류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는 쪽이다. 박 대통령의 뜻도 그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섣불리 얘기했다간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개입했다'는 논란에 말릴 수 있다"고 했다. "여야가 싸우는데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싸움이 이쪽으로 옮아붙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도 국정원의 인터넷 사이트의 댓글 의혹이 트위터로 번진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선 "대통령이 '국정원 사건에 대해 원칙대로 수사해야 한다'는 메시지 정도는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前) 정권의 일로만 치부하고 방관하는 것은 자칫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 수사를 놓고 검찰 상층부가 서로 치고받는 상황에 대해선 청와대도 부글부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휘를 잘못한 사람이나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람이나 진상 조사를 한 뒤 문제점이 발견되면 모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수사는 원칙대로 가면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내에선 "검찰이 국정원 일부 직원의 선거 댓글을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인 것처럼 만들어 버리는 바람에 새 정부 정통성 시비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불만도 팽배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