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란까지 가서 군 시설 등 민감한 시설물을 찍었을까’

이란에서 군 시설 등을 촬영하다 간첩죄로 붙잡혀 지난 9월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40대 한국인 남성의 석연치 않은 행적이 논란을 빚고 있다.

16일 외교부에 따르면, 영국 유학생인 한국인 김모(44)씨는 작년 10월 이란 여행 중 군부대, 국경 지대 표지판 등 시설물을 찍다가 체포됐다.

김씨는 영국에서 10년간 유학한 경력이 있지만 특별한 직업은 없으며, 평소 사진촬영과 오지 여행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우크라이나 등을 거쳐 이란에 석달 짜리 관광 비자로 입국해 사진을 찍다 부적절한 행동으로 사단이 났다.

이란 법원은 지난 9월 김 씨에 대해 ‘간첩죄’를 인정해 7년 중형을 선고했으며, 테헤란에 있는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김 씨는 우리 정부의 도움을 받아 항소 절차를 진행 중이다.

쟁점은 그가 왜 핵개발 의혹으로 국제 사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란에서 군부대 등 민감한 시설물을 촬영했냐는 점이다.

그의 카메라에는 이란 접경 지대의 표지판, 경찰서, 군부대, 대사관 등이 담겨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오지탐험과 사진촬영을 취미로 하는 평범한 유학생이 굳이 이란까지 가서 찍기에는 부적절해 보이는 사진들이다.

김 씨는 이에 대해 우리 측 영사 면담 과정에서 ‘사진 촬영은 취미 활동의 일환이며, 이란에서 찍은 사진은 분량도 얼마 되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란 측은 김 씨가 군부대, 경찰서를 비롯한 정부 시설물을 다량으로 촬영했으며, 이는 외국 정부에 판매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양측의 진술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

우리 정부는 외교 채널을 동원해 다각도로 구명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그가 왜 이러한 사진을 찍었는 지, 또 얼마나 촬영했는 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쾌한 설명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정부 당국자는 “그 사람이 실수는 한 것 같다”면서도 “영사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이 남성이) 나이브(naive·순진한)한 스타일의 인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부적절한 행동으로 이란 측의 의심을 산 것은 사실이지만, 취미 활동 외에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예상을 깨고 7년형이 선고된 배경으로는 신정(神政)국가인 이란의 팍팍한 사법당국의 특성을 꼽았다.

그는 “이란이 굉장히 민감하고, 우리와 다른 사법 체제고, 사법부가 다른 곳보다 강하고 이런 측면이 있다. 실제로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해 간첩죄를 자주 적용하고 형량도 중한 편”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잘못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이번 중형 선고가 서방 세계에 비해 잣대가 엄격한 이란 사법당국의 근본주의적인 특성에도 기인한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란 외교당국을 상대로 한 우리 정부의 전방위적인 구명운동에도 불구, 항소심 결과를 낙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우리 영사들에게 한 진술과 달리, 이란 촬영 분량이 상당히 많고 특히 군부대, 경찰서, 접경지역 표식 등 민감한 시설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례적으로 높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란)사법당국에서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항소심에서) 유죄 평결을 하고 강제추방을 할 수도 있고, 무죄 판결이 날 수 도 있고,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