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반인도적 범죄는 끝나지 않는 것일까요? 그것은 과거 범죄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잘못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위안부 문제입니다."

조윤선(47) 여성가족부 장관은 11일 오전(미국 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3위원회 연설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촉구했다. 제3위원회는 유엔 회원국들이 사회적, 인도적, 문화적인 문제들을 논의하는 자리다. 우리 정부에서는 과거에도 다른 부처 장관 등이 참석해 위안부 문제를 언급한 적이 있지만, 위안부 피해자 정책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 장관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만 연설을 한 것도 처음이라고 여성부는 밝혔다.

조윤선 장관은 연설에서 "10만명으로 추정되는 위안부 할머니 중 한국인 생존자는 56명뿐이며, 모두 10대 어린 소녀 시절 강제 동원돼 군인을 하루에 10~30명 상대해야 했고 감옥의 죄수처럼 생활했다"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생활비, 치료비 등 지원을 하고 있지만, 물질적인 지원만으로는 이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할 유일한 길은 당사국의 진정성 담긴 사과와 책임 있는 이행 조치,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라며 "당사국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조윤선(왼쪽) 여성가족부 장관이 미 의회 위안부결의안 채택을 주도한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1일 조 장관은 유엔총회에 참석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담긴 사과를 촉구했다.

조 장관은 또 "위안부 문제는 특정 국가 사이의 단순한 외교적 분쟁이 아니다"면서 "인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더 깊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조 장관은 12일 오전에는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 있는 '위안부 기림비'를 방문하고, 기림비를 세우는 데 공헌한 폴 리(Lee) 버겐카운티 한인 공화당 위원장 등을 만날 예정이다. 위안부 기림비는 2차대전 당시 일본 군대에 의해 '성노예(sexual slavery)'로 강요당한 한국, 중국, 대만, 필리핀 등 여성과 소녀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지난 3월 세워졌다.

조 장관은 이에 앞서 9일에는 미국 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주도한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을 만났다. 조 장관은 마이크 혼다 의원에게 그동안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많은 활동을 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하고 지속적인 지지와 협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