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카리브해 최빈국 아이티에서 3년 전 주민 83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콜레라 창궐은 유엔 평화유지군의 입국 때문이라며 유엔이 책임을 지고 질병 희생자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소송이 9일(현지 시각) 제기됐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아이티에서는 30만명이 사망한 규모 7.0의 대지진 발생 9개월 뒤인 2010년 10월부터 콜레라가 창궐했다. 3년간 65만명이 감염되고 8300명이 사망했다. 콜레라는 비브리오 콜레라균 감염으로 심한 설사와 구토·발열 등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전염병이다.

국제 인권 단체 '아이티 정의·민주주의 협회(IJDH)'는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고소장을 낸 뒤 기자회견을 갖고 "네팔에서 아이티로 파견됐던 유엔 평화유지군이 네팔 지역 풍토병인 콜레라를 전염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이티는 유엔 평화유지군이 입국하기 전 100년 동안 콜레라가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이라며 "유엔은 아이티 정부가 콜레라를 근절하고 피해자를 도울 수 있도록 22억달러(약 2조3584억원)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유엔은 2010년 1월 아이티 대지진 발생 직후 각국 지원군으로 평화유지군을 구성해 구호 활동에 나섰다. 같은 해 10월 16일 기지 인근 강에서 몸을 씻은 주민이 처음으로 콜레라 증상을 보이며 숨졌다. 이후 1주일 만에 220여명이 사망하고, 한 달 반 만에 전국으로 확산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예일대 연구진은 아이티에서 발견된 콜레라균은 남아시아 것과 같은 종류로 추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원래 아이티에는 콜레라라는 말조차 없었다"며 "네팔에서 온 유엔 평화유지군에 콜레라균이 섞여 온 뒤, 분뇨 등을 통해 인근 하천에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엔은 콜레라 퇴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질병 책임이 유엔에 있다는 주장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