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1년 10개월 동안 당(黨·노동당), 정(政·내각 등), 군(軍·군부)의 주요 인사 절반가량을 교체하면서 '권력 지도'를 재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관료 중용, 50대 소장파의 약진, 군에 대한 당의 우위 등이 특징이며 세대교체를 통한 김정은의 집권 기반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8일 북한 당·정·군의 핵심 요직 218명의 인사 이동 상황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정은은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 사망으로 집권한 이후 노동당의 부장급 이상, 정부의 상(相·우리의 장관)급 이상, 군의 4대 핵심 보직 등 주요 간부 218명 중 97명(44%)을 교체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97명 중 68명은 작년 4월 김정은의 권력 승계를 공식화한 제4차 당 대표자회에서, 나머지 29명은 올 4월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각각 교체됐다"고 밝혔다.

기관별로는 노동당은 부장급 이상 간부 96명 중 38명(40%)이, 정부는 내각과 각 시·도 인민위원회 등 상급 이상 간부 118명 중 55명(47%)이 각각 물갈이됐다.

눈에 띄는 것은 경제 관료 출신들의 약진이다. 김정은은 지난 4월 김정일 시절 실각한 박봉주를 내각 총리로 재임명한 후 경제 분야 재편 작업을 해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2012년 이후 중앙정부에서 상급에 오른 27명 중 23명(85%)이 경제 관련 인물"이라고 했다. 경제 관료 출신인 곽범기, 백계룡, 한광복 등이 내각보다 상위 기관인 노동당의 부장으로 신규 임명된 것도 경제 엘리트의 세력 확장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권력 기반이 취약한 김정은이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않는 한 장기 집권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군부는 힘이 빠지는 추세다. 김정은은 작년 4월 당 출신인 최룡해를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임명한 이후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작전국장 등 4대 핵심 직위를 빈번히 교체했다. 그 결과 북한군의 군령(軍令)권을 쥔 총참모장(합참의장)과 인민무력부장(국방장관)이 각각 리영길, 장정남 등 50대 인사로 채워졌다. 일선 군단장급 간부도 44%가량 교체됐으며 이 중 상당수가 50대로 알려졌다.

김정은, 당·군·정 주요인사 44% 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