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 주변에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무덤 형태의 구덩이를 파고, 밧줄 올가미와 휘발유를 걸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반대 주민의 대치 속에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외부 세력으로 개입한 통진당원들이 극렬 행동을 부추기는 도구를 만들어 놓고 간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전은 주말인 5~6일 자체 직원과 시공사 직원 등 260여명을 투입해 밀양시 단장면과 부북면 등 5곳의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했다. 한전은 조명을 켜고 밤샘 공사를 진행하는 등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작업 속도를 내고 있다. 5일에는 80여명을 태운 시위 버스가 현장에 도착해 반대 주민·외부 세력과 한전·경찰 간의 대치가 이어졌지만 별다른 충돌 상황은 발생하지 않아 소강 국면이었다.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 주변에 파 놓은 무덤 형태 구덩이와 그 위에 걸어놓은 밧줄 올가미.

하지만 통진당 경남도당 당원 30여명은 공사가 진행 중인 95번 송전탑 인근의 또 다른 공사 예정지(96번 송전탑 예정지·단장면 범도리 산 410번지)에 5일 몰려와 구덩이를 팠다. 구덩이는 가로 2m, 세로 1m, 깊이 80㎝가량으로 2~3명이 동시에 누울 수 있는 크기다. 구덩이 위에는 소나무로 지지대를 양쪽에 만들고 그 위에 긴 나무를 얹어놓은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었다. 구조물 위에는 밧줄로 된 올가미 5개가 걸려 있고, 각각 1.5L와 500mL짜리 플라스틱 페트병에 휘발유를 담아놓았다.

주민 등은 "통진당 경남도당 당원들이 3~4명씩 교대로 두 시간가량에 걸쳐 구덩이를 팠다"며 "주민 2명이 일부 거들었지만 통진당 사람들이 작업을 대부분했고, 올가미를 건 것 역시 통진당원들이었다"고 말했다. 이 구덩이를 만든 직후 통진당 이상규 의원은 구덩이에 송전탑 반대 주민을 앉혀놓고 면담을 하기도 했다.

통진당 당원들은 주민 면담이 끝난 오후 4시쯤 현장을 떠났다. 이번에 구덩이가 발견된 96번 송전탑 공사 예정지는 경찰이 그동안 충돌이 우려되는 단장면 바드리마을 89번 송전탑 공사 현장 등 5곳과 4공구 현장사무소와 달리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은 곳이다. 96번 송전탑 공사 예정지 입구 부근에서도 나무에 걸린 밧줄 올가미 5개가 추가로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