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과실로 미숙아 아기를 실명하게 한 대학병원에 억대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이 대학병원은 제때 검사를 하지 않은 과실을 감추려고 가짜 진료기록을 작성한 정황이 재판 중에 드러나기도 했다.

서울고법 민사9부(강민구 부장판사)는 A(5)군과 부모가 원광대병원을 상대로 낸 의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A군 가족에게 총 1억5000여 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2008년 미숙아로 태어난 A군은 생후 4주째 되던 그해 5월 망막 중심(Zone Ⅰ) 부분에 이상이 나타났다. 원광대병원 의료진은 경과를 관찰하다가 진단 일주일 만에 첫 수술을 했다.

A군 증상은 수술 후 나아지는 듯 했으나 6월 중순 급격히 나빠졌고, 의료진은 추가 수술을 위해 A군을 서울대병원으로 보냈다. 하지만 시기를 놓친 탓에 A군은 끝내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A군 부모는 병원 측 과실로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며 손배 소송을 냈고, 항소심은 1심과 달리 의료진이 첫 수술 후 경과 관찰을 게을리했다며 A군과 부모의 손을 들어줬다.

미숙아 망막병증은 예후가 나빠 치료와 검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의료진이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의료진은 A군이 첫 수술 후 일주일이 지난 6월 3일 상당히 나아졌고 12일에도 괜찮았는데 13일 검사에서 돌연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12~13일 연달아 검사했으니 과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3일과 12일 진료기록이 거의 동일한 점, 12일 검사 이후 불과 10시간 만에 급격히 나빠진 원인을 설명할 수 없는 점 등으로 미뤄 12일에는 아예 검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욱 짧은 간격으로 검사를 하지 않아 A군이 추가 치료를 제때 받을 기회를 놓쳤다"며 "재산적·정신적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