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27일 채동욱(54)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할만한 진술과 자료를 확보했다면서 "이는 채 총장이 그동안 밝혀온 내용과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모르는 일" 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던 채 총장의 말이 진상조사 결과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또 채 총장이 자신의 주장을 펴기 위해 기댔던 임모(54)씨의 '해명 편지'도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다.

◇손님과 주인 관계일 뿐(?)

채 총장은 본지를 상대로 한 정정보도 소송에서 임씨와의 관계에 대해 "여러 손님 중 한 명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임씨 역시 본지에 보낸 해명 편지에서 "잠깐 들르는 손님 관계"라고 했다.

하지만 법무부 감찰관실은 "채 총장은 임씨가 경영한 부산 카페, 서울의 레스토랑 등에 상당 기간 자주 출입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손님과 주인 이상의 관계였음을 추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2004년 임씨가 청담동 레스토랑을 정리한 뒤 강남·서초 등지에서 주점을 할 때도 채 총장은 그의 주점에 자주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 총장과 가깝게 지낸 선·후배 검사들도 "두 사람은 업주와 손님 이상의 관계"라거나 "채 총장은 한때 거의 매일 임씨 술집에 들렀다"고 증언했다.

◇"임씨 자신이 채 총장 '부인'이라고"

법무부는 또 "2010년 임모 여인이 채 총장의 사무실을 방문해 자신이 (채 총장의)부인이라면서 대면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부속실 직원들에게 '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내게) 꼭 전화하게 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2010년은 채 총장이 대전고검장으로 있던 시절이다. 대전고검 청사에 낯선 여인이 찾아와 자신이 고검장의 부인이라면서 고검장을 만나겠다고 했다는 얘기다. 검찰청 직원들이 현관에서부터 임씨를 쫓아냈어야 정상인데, 임씨는 고검장 집무실까지 들어와 직원들에게 고검장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취지의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 상당한 소란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임씨가 이토록 당당한 태도를 취하고 그런 임씨를 당시 채 고검장과 그 부하 직원들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는 말이 된다. 채 총장과 임씨 사이가 두 사람 주장처럼 '가끔씩 들르는 손님' 사이였다면 도저히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임씨는 본지에 보낸 편지에서 "(채 총장은)점잖고 예의 바른 분으로 부하들이 잘 따르고 꺼림이 없이 호방하여 존경할 만한 분"이었다면서 "(자신의 아들이)채동욱씨와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학적부에 아들의 아버지가 채 총장이라고 이름을 빌려썼다"고 밝혔다. 이 편지엔 곳곳에서 임씨가 채 총장에 대해 미안해하고 어려워하는 심정이 드러난다. 이런 마음가짐과 임씨가 고검장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보인 태도 사이에는 큰 간격이 느껴져 두 사람 관계의 진실이 어느 쪽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임씨 본지 보도 당일 새벽 잠적"

법무부는 "임씨가 채 총장 혼외 아들 의혹이 최초로 보도되기 직전인 6일 새벽 여행용 가방을 꾸려 급히 집을 나가 잠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임씨는 본지에 보낸 편지에서 "갑자기 조선일보 기자분이 찾아와서 총장님 일로 왔다고 들었고, 두렵고 혼란스러워서 잠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씨 본인이 채 총장 관계가 떳떳하다면 도주하다시피 새벽에 집을 떠나고, 거짓 편지를 보내고 잠적할 이유는 없다. 법무부 발표를 보면 임씨가 누군가로부터 본지 보도에 대한 언질을 받고 급히 잠적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게 한다. 채 총장 혼외 아들 관련 기사가 보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검 간부들은 5일 자정부터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본사에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