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꾸준히 증가해온 자살자 수가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1만4160명으로 2011년(1만5906명)보다 1746명(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26만7221명이 숨진 가운데 자살 사망자가 이처럼 감소했고,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률도 28.1명으로, 전해(31.7명)보다 11.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살자 수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06년 이후로 6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6년 동안 자살자 수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고, 특히 2009년에는 미국발(發) 금융위기와 고(故) 최진실씨 자살 영향으로 자살자 수가 1만5412명을 기록, 한 해 만에 전년 대비 20%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자살이 줄어든 것은 자살 수단으로 흔히 사용됐던 농약을 판매 중지한 것이 큰 효과를 봤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안용민 회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2011년 농약 ‘그라목손’의 생산이 중단됐고, 지난해 아예 판매 중지시키면서 자살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제초제로 사용되는 그라목손은 소량만 복용해도 사망에 이를 만큼 독성이 치명적이어서 자살용 농약으로 자주 사용됐다. 통계에서도 지난해 살충제 등 농약을 이용한 음독 자살자 숫자는 2103명으로, 2011년(2580명)에 비해 477명 줄어들었다. 이어 최근 연예인 자살이 많지 않았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보건복지부 이중규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연예인이 자살하면 따라 자살하는 ‘베르테르 효과’가 평년과 비교해 훨씬 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살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자살률 2위를 기록한 일본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20.9명으로 우리나라가 7.2명 많았다.
한편 암(癌)으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의 비율은 최근 3년 연속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전체의 27.6%인 7만3759명이었다.
1990년 16.2%였던 암 사망자 비율은 해마다 높아져 2009년 28.3%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28.2%(2010년)→27.8%(2011년)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12년 암 사망자 비율(27.6%)은 5년 전인 2007년과 같은 수준이다.
의료계에서는 갈수록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있는 데다, 암을 치료하는 의학 수준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국가암관리사업단장을 지낸 박은철 연세대 의대 교수는 “예전 같으면 사망했을 암 환자가 조기 검진을 통해 생존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율은 줄고 있지만, 여전히 암은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다. 2012년 기준으로 사망 원인 2위는 심장질환(9.9%)이었고, 3위와 4위는 각각 뇌혈관 질환(9.6%), 자살(5.3%)이었다. 연령별 암 사망자 분포를 보면 30대는 위암, 40~50대는 간암, 60대 이상은 폐암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