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진 영화감독·서울영상진흥위원회 위원

요즘 집 주변에서 비디오나 DVD 대여점은 거의 찾기 힘들어졌다. 몇 해 전만 해도 영화 수익의 90%는 극장에서 발생했다. 나머지는 DVD 출시를 통한 부가 판권에서 나왔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으로 영화 파일을 다운로드해 보는 것이 일상적 흐름이 됐다.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는 이들은 대가를 제대로 지불할까? 최근 각종 부가 판권의 매출 비중이 20%대로 진입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아직은 합법적 경로를 피해 영화를 보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게다가 영화관의 매출 비중이 40% 전후로 오히려 낮고 부가 판권 수입이 더 큰 할리우드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관객 500만명이 넘는 한국 영화가 1년에도 몇 편씩 쏟아지는 것을 보며, 일반인들은 영화계가 마치 활황인 것처럼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수많은 영화계 종사자의 희생이 깔려 있다. 저예산 영화들이 제대로 배급되지 못해 사장되는 일이 다반사다.

정부의 중소기업 살리기 정책 기조에도 불구하고 배급·투자·제작·영화관까지 수직계열화한 대기업의 탐욕은 수그러드는 것 같지 않다. 소수의 배급사·제작사·영화인을 제외하고는 영화 시장의 활황은 ‘착시’에 가깝다. 대다수 영화인의 희생 속에 외형만 그럴듯하게 보일 뿐이다.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부가 판권인 다운로드를 정비하는 것이다. 창작자들의 피와 땀이 밴 작품이 불법적 경로를 통해 유통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제 돈 내고 영화를 다운로드하거나 IPTV 등으로 보는 비율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라.

정부는 아동 음란 영상물의 제작·유포·소지는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불법 업로드 및 다운로드의 온상인 P2P 사이트를 철저히 단속하고, 현행법이 미비하다면 국회도 함께 나서서 조속히 입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영화의 경우 불법 다운로드가 정상 거래로 이뤄진다면 영화의 전체 매출에서 인터넷 등 부가 시장의 비중이 할리우드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면 그만큼 작은 영화들도 살 수 있고 영화인들의 희생도 줄어들 것이다. 정부는 창조 문화의 암적 존재인 불법 다운로드와 전쟁을 선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