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KAIST 교수· 뇌과학

왜 날아다니는 파리 잡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분명히 숨을 죽이고 조용히 다가가 파리채를 휘둘러 보지만 파리들은 대부분 여유롭게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더블린대학교 잭슨(Andrew Jackson) 교수 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곤충들은 인간보다 세상을 더 느리게, 그러니까 슬로모션으로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파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을 알아낼 수 있을까? 더블린대학 팀은 빛의 깜박임을 응용했다. 방 안에서 불을 점점 빠른 속도로 켰다 껐다 한다고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빛이 깜박임으로 느껴지지만 어느 한순간부턴 더 이상 깜박이지 않는다. 뇌가 더 이상 구별할 수 없는 빠른 속도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동물마다 빛의 깜박임이 더 이상 구별되지 않는 순간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몸이 작으면 작을수록 더 빠른 속도의 깜박임을 인지할 수 있다. 세상을 더 빨리, 그러니까 더 자주 볼 수 있다는 말은 세상을 더 느리게 인지할 수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 축구 경기 때 슬로모션과 같은 원리다. 그렇다면 결국 파리는 다가오는 파리채를 슬로모션으로 볼 수 있어 쉽게 피할 수 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이 날아오는 총알을 슬로모션으로 인지하듯 말이다.

비디오 게임으로 뇌를 다시 젊게 할 수 있을까?

몸 크기와 시간 인식의 차이는 어쩌면 사람들 사이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여러 결과에 따르면 어린아이들은 세상을 더 빠르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른보다 세상을 조금 더 ‘슬로모션’으로 인식한다고 가설할 수 있겠다. 지난 명절 때 어른들 사이로 ‘빛 같은’ 속도로 뛰어다니며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던 아이들을 기억하면 웬만큼 설득력 있어 보이는 가설이다.

나이 먹어서도 세상을 젊은 사람같이 인지한다는 것은-적어도 주관적으론-더 오래 세상을 느끼고 즐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어떻게 뇌를 다시 ‘젊게’ 만들 수 있을까? 캘리포니아주립대학의 게잘리(Adam Gazzaley) 교수는 간단한 비디오 게임을 통해 뇌의 노화를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우선 피험자들에게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동시에 푯말들을 읽게 했다. 젊은 20대 피험자들은 운전하지 않은 상태보다 약 26% 실수를 더 많이 한 반면 80대 피험자들은 60% 넘는 더 많은 실수를 했다. 그만큼 나이 먹을수록 동시에 다양한 일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하지만 80대 피험자들에게 약 한 달간 비디오게임을 통한 트레이닝을 시킨 결과 실수율을 20대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더구나 6개월 후에도 80대 피험자들은 20대 수준의 능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결국 인간의 뇌는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더 유연하며, 잘 디자인된 훈련을 통해 오랫동안 높은 수준의 인지 능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연구 결과다. 파리들이 우리의 파리채를 쉽게 피할 수 있는 날도 조만간 끝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