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겸 경성대 교수·의료관광 협동조합 이사장

얼마 전 MBC PD수첩은 강남 일대 성형 관광의 어두운 실태를 집중 보도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국영 CCTV가 한국에서의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중국 여성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한국 성형 신화는 끝났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TV 속 한 성형전문의는 "개판이다"라고 했다. 의료관광산업은 미래동력산업으로 정부가 적극 벌여놓은 판이다. 유치 실적으로 병원을 평가하고 필요한 단속은 못 하는 정부의 무원칙·무책임이 낳은 결과인 셈인데, 정작 TV 속에서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소개된 사례는 2건이었지만 중국 방송 사례까지 포함하면 16건에 이른다. 지난해 중국인 약 3만명이 성형수술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지극히 미미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던 한국 의료가 왜 동네북이 됐는지 스스로 점검해 볼 때가 됐다.

방송에서 드러난 한국 성형 관광의 문제점은 단순 실수 수준이 아니라 안타깝게도 매우 구조적이며 고질적이라는 인상이다. 첫째는 무엇보다도 잘못된 수술을 무마하기 위해 돈(인민폐 7000위안)으로 입막음했다는 사실이다. 수술에 불만을 가진 환자들을 돈으로 입막음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중국 방송까지 문제 삼으면서 나라 밖까지 알려지게 됐다. 다음은 수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는 비양심적 행태다. PD수첩에서 동료 성형전문의가 잘못된 수술이라고 말하는데도 해당 병원 측은 문제없다고 강변했다. 방송에서 문제 삼아도 끄떡도 않는데 일반 환자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셋째는 무책임이다. 아무리 의료 관광이라지만 길게는 6개월이 걸려야 완성되는 수술을 단숨에 끝내고 수술 이후는 나 몰라라 하는 행태에 대해 한 성형전문의는 "나라 망신"이라고 개탄했다.

방송은 또한 의료 관광의 실질적인 허가·등록 부처에서 불법 브로커의 존재를 알면서도 단속의 손을 놓고 있는 행정 실종을 꼬집었다. 그 사이에 시장은 왜곡되고 문란해졌다. 정부는 유치 실적만을 최고의 가치로 만들고 그 상업성에 상을 주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한국 의료에 절망하고 등을 돌리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의료 관광산업에 대한 정부의 철학부터 정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