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10시 부산 기장군 정관면의 가정용 가구 브랜드 '레몬트리'의 제작 공장. 1000㎡ 규모의 공장 내부는 직원 20여명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했다. 가구 조립을 담당하는 곽창섭(63)씨는 "주문이 밀려 토요일도 오전 근무를 한다"며 "일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지치지 않는다"고 했다.

이 회사에는 곽씨 같은 60대 이상 직원만 10명이다. 전체 직원(22명)의 절반 가까이가 신중년인 셈이다.

이 회사가 신중년들을 많이 고용하는 이유는 특수한 공법 때문이다. 쇠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원목의 홈과 구멍을 정교하게 짜맞추는 공법에는 30~40년 경력의 베테랑 목공 기술자가 제격이었다. 2009년 사업을 시작한 우지훈(41) 사장은 "젊은 기술자들을 채용해 봤지만 대부분 못 견디고 금방 떠났다"며 "지금 남은 60대 이상 직원들은 사업 초기에 어려울 때도 끝까지 회사를 지킨 사람들"이라고 했다.

14일 오전 부산 기장군의 중소 가구 업체인‘레몬트리’신중년 근로자들과 우지훈(41)사장이 목재 작업장에 모여 환히 웃고 있다.

대리점이 있는 부산·김해의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친환경 가구'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창업 첫해(2009년) 5000만원이던 매출이 4년 만에 8억여원으로 늘면서 매년 200%씩 성장했다. 올해도 작년보다 늘어난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회사는 다음 달 인근 산업단지로 이전할 계획이다. 공장 규모를 4배 키우고, 신중년 직원들이 채소를 가꿀 수 있는 텃밭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 60대 이상 기술자를 10여명, 이들을 지원할 20~30대 사무직원을 2~3명 더 채용할 예정이다. 목공소를 경영한 우 사장의 외할아버지와 아버지 등 경영자 3대(代)와 함께 일한 임권택(66) 공장장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기보다는 회사를 함께 키워나간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할 것"이라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전체 취업자 2529만명 중 345만명(13.6%)이 60대 이상이다. 하지만 60대 이상 고용률은 40%에 불과해, 40대(고용률 78.5%)나 50대(73.3%)에 비해 추가 채용의 여지가 높다. 헤드헌팅 업체 사람인 조사 결과 기업들은 신중년 채용의 장점으로 '성실성과 책임감'(59.1%) '노하우 활용을 통한 생산성 향상'(22.7%) '꼼꼼한 일 처리'(21.2%) 등을 꼽았다.

일부 기업들은 신중년의 강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방식의 새로운 고용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중장비 부품 제조기업인 에스틸은 200여명 직원 가운데 60대 직원이 10명이다. 67세 부장급 직원도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58세 정년을 맞으면 부서장에서는 물러나지만, 팀원으로서 30~50대 직원들에게 조언하는 방식으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중년 인력의 오랜 노하우를 활용하는 동시에 인사 적체를 피하기 위해 회사 측이 짜낸 방안이다.

대구의 직물업체 동원산자는 직원 115명 중에서 60세 이상이 12명이다. 이 회사 송원철 상무는 "나이를 이유로 직원을 내보내지 않는다는 '무(無)정년 원칙'을 유지하면서 젊은 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