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의 개인 스캔들 문제가 정치적 논란으로 왜곡(歪曲) 재생산되고 있다. 야권에선 15일 "유신(維新)" "공포 정치"를 거론하며 청와대를 공격했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공직자의 도덕성과 관련된 간단한 사실 관계 문제를 정권 흔들기에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신 정권" 공세 펴는 야당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이날 긴급 기자회견 내용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마구 무너져 내리는 상황" "음습하고 무서운 권력의 공포 정치가 엄습" "또 한 번의 정보 정치가 도래"라는 등의 말로 채워져 있었다. 김관영 대변인은 이날 "신(新)유신의 부활을 알리는 서곡이자 공작 정치의 부활"이라고도 했다.

김 대표 회견문의 결론은 "어둠의 세력을 규탄하고 응징하는 범국민적 행동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이날 사정(司正) 책임자의 부적절한 사생활 의혹이나 공직자 기강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유신 독재 정권'의 이미지를 박근혜 정부에 덧씌우면서 "이를 응징하는 범국민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16일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의 3자 회동에서도 이 문제를 주된 의제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이석기 RO 내란 음모 사건' 이후 한동안 수세(守勢)에 몰리던 국면을 채 총장 문제를 계기로 전환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권, "공직 기강과 진실 규명 문제" 반격

반면 새누리당은 채 총장 문제를 둘러싼 야권의 문제 제기를 국정원 댓글 사건에 이어 박근혜 정부를 흔들려는 정치공세라 보고 있다. 사정기관 최고위 공직자의 도덕성과 직결된 사안인데도 뚜렷한 근거도 없이 채 총장 사퇴의 배후가 청와대라는 의혹만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먹 불끈 쥔 김한길 대표 - 15일 오후 서울광장의 천막 당사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기 전 당직자들과 함께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야당이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를 비호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야당이 정부를 비판할 수 있지만 의혹이 있는 공직자에 대해 먼저 명명백백하게 밝히라고 해야지 두둔하고 나서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고 말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검찰총장에게 혼외 아들이 있는지, 이에 대해 거짓말을 했는지 아닌지 하는 문제가 '유신 부활'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면서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70%까지 이르자 이를 무너뜨리는 도구로 채 총장 문제를 써먹겠다는 야당과 좌파의 정치적 의도가 너무나 뻔히 보인다"고 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서 "이건 검찰의 독립성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 윤리에 관한 문제"라며 "진실이 규명되면 깨끗이 끝나는 것이지 왜 가만히 있는 대통령을 거론하느냐"고 했다. 이 수석은 "채 총장에게 문제가 없다면 사퇴할 이유도 없다"고도 했다.

말로는 모두가 "진상 규명"

채 총장 문제는 채 총장이 혼외자를 뒀는지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채 총장이 법무부의 감찰 방침 공개를 계기로 즉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급속하게 정쟁(政爭)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야권에서도 진상 규명을 말하고는 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도 진상 조사를 박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야권이 말하는 진상 규명은 내용이 다르다. 채 총장의 '부적절한 사생활' 여부에 대한 진상 규명이 아니라 "해임 공작에 의한 사퇴 진상 조사" "검찰총장 몰아내기에 대한 진상 조사"다. 채 총장 스캔들 자체에 대한 진상 규명은 빠져 있다.

정·관계 원로들은 이번 파문을 넘어가는 첫 단추는 혼외자가 있는지에 대한 진실 규명이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어떤 의혹도 확인되지 않고 정쟁만 남을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