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중심 상업 지역에 범죄 전과자들을 관리하는 보호관찰소가 입주하자 인근 주민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는 기피 시설인 보호관찰소 이전이 잇따라 무산되자 최근 기습적으로 건물 임차 계약을 맺고 이곳으로 이사했다. 그러자 인근 주민은 "성범죄자들도 드나드는 시설을 협의도 없이 도심 한복판에 옮겨 와 아이들을 위험에 내몰고 있다"며 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분당구 주민들은 주말인 7~8일 서현역 '로데오 거리'에서 하루 1500~2000여명(경찰 추산)씩 모여 수원보호관찰소 성남지소(성남보호관찰소) 이전을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보호관찰소 이전 반대를 위한 분당 학부모 대책위원회' 주관으로 30여개 학교 학부모들이 참가했다. 주민들은 "도둑 이전, 혈세 낭비에 분노한다" "안전하게 살고 싶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전을 촉구했다.

7일 오후 분당 서현역 근처에서 시민 2000여명이 수원보호관찰소 성남지소의 분당구 서현동 기습 이전에 항의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성남보호관찰소는 2000년 수정구 수진2동에 건물을 빌려 처음 개소했다. 성남·광주·하남 지역의 보호관찰 대상 1400여명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재범을 막기 위한 보호관찰은 물론 사회봉사명령 집행, 소년 사범 선도 등을 맡는다. 보호관찰 대상자들은 출소 이후 이곳을 찾아 등록하고, 직업 소개를 받는 등 주기적으로 출입하게 된다.

성남보호관찰소는 서현역 인근의 한 건물 1~3층(1124㎡)으로 지난 4일 이전했다. 법무부는 건물주와 2년간 임차 계약을 맺고 이날 새벽 1시부터 출근 시간 사이에 전격적으로 이사했다. 성남시도 이전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보호관찰소는 "기존 건물 임차 계약이 9월 18일 끝나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또 지역 정서, 접근성, 업무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전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성남보호관찰소는 독립 청사가 없어 처음 문을 열었던 수진2동 인근 건물을 세 번이나 빌려 이사했고, 그때마다 끊임없이 반대 민원에 부딪혔다. 지난 5월에는 중원구 여수동 성남시청 인근 건물, 야탑동 옛 고용노동부 성남지청 청사를 후보지로 검토했지만 역시 주민 반발에 밀려 포기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새로 입주한 곳은 중심 상업 지역인 서현역세권인 데다 유동 인구도 많아 더욱 큰 시비가 되고 있다. 부근에 AK백화점, 롯데마트, 교보문고, 마사회, 메가박스 등이 밀집해 있고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다. 뒤늦게 이전 소식을 알게 된 인근 주민은 5일 비상대책위를 결성하고 매일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또 보호관찰소 직원의 출근 저지에 나서는 한편 9일 법무부가 있는 정부 과천청사에서도 시위를 가질 예정이다.

반대대책위는 "반경 5㎞ 이내 초·중·고 77개교의 학생 수가 2만명이 넘고, 서현동에만 5만3000명이 거주하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신상도 알 수 없는 범죄자에게 24시간 노출되는 것을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할 수 있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도 주민들의 항의에 가세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분당갑)은 홈페이지에 '법무부가 도둑 이사를 했다'며 '가능한 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트위터를 통해 '기습 이전으로 뒤통수를 맞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