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 40대 여성이 급박한 목소리로 119에 전화를 걸어 "집에 정체불명의 개가 숨어들어왔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자칫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리기라도 할까 봐 관할 서울 동작경찰서 소방대원들은 황급히 출동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해 보니 이 여성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애완견과 놀고 있었다. 미안한 기색도 없이 "개가 길을 잃은 것 같으니 주인을 찾아주라"며 강아지를 소방대원들에게 인계했다.

3일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소방방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처럼 사람을 구조해야 할 119 구조대가 동물 구조를 위해 출동한 사례가 올해에만 2만6000여건, 하루 평균 127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구조를 위한 출동 건수는 지난 2011년 3만3872건에서 지난해 4만7924건으로 41% 급증했다. 올해에도 지난 7월 말 현재 2만6776건을 기록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동물 구조 작업에 3명이 투입돼 왕복 30분이 소요된다고 가정할 경우, 직접 투입되는 인건비·유류비만 2만원 정도에, 화재 진압 같은 본연의 업무에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직접 경비만 연간 최소 10억원 이상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제정된 법률에 따라 '단순 동물 처리·포획·구조', '주민생활 불편 해소를 위한 단순 민원' 같은 비(非)응급 상황에 대해선 119 출동 요청을 거절할 수 있도록 법제화됐지만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전화상으로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출동을 거절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