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는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유출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유출이 도쿄 올림픽 유치에 악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아베 총리는 G20 정상회담이 끝나기도 전인 6일 국제올림픽위원회(I0C) 총회가 열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동, 올림픽 유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8일 오전에 유치 도시가 확정된다. 아베 총리는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오염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발언과는 달리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지금도 치명적인 수준의 방사능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국민 사이에서도 정부 대책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쿄전력이 3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보관 탱크에 대한 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한 곳에서 시간당 최대 2200m㏜(밀리시버트)가 검출됐다고 4일 마이니치(每日)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1인당 연간 피폭 허용치의 2200배다. 3시간가량 노출되면 사망할 수 있다. 저장 탱크 표면에서 5㎝ 거리에서 측정한 것이다. 이곳은 지난달 31일 1800m㏜의 방사선량이 검출된 곳이다. 도쿄전력은 "탱크 내 오염수 수위에 변화가 없다"면서 유출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방사선량이 높아졌다는 것은 오염수의 유출이 늘어났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의 탱크는 철강재를 볼트로 연결해 만든 '볼트 조립형 탱크'로, 현재 350개가 가동 중이다. 현재 350개 중 7개에서 유출이 확인됐거나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쿄전력은 볼트조립형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안전성이 높은 '용접형 탱크'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용접형 탱크는 제작 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든다. 더군다나 도쿄전력은 오염수 이송에 관한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가 3일 국비 470억엔을 오염수 대책에 투입하기로 했지만 예산 담당 부처인 재무성과는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가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에 미칠 영향을 의식, 정부가 대책을 서둘러 발표하기 위해 재무성과는 협의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면서 원전 주변의 지하를 얼려 오염수 유출을 막는 '동토벽' 설치와 정화설비 증설에 관한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졸속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도쿄(東京)신문은 "기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동토벽의 실용화에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화 설비도 잦은 고장을 일으켜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