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51) 의원이 작년부터 국방부에 기밀 자료 20~30건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이 의원은 미군 기지 이전,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통제권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자료를 요구했으나, 국방부는 외부 공개된 자료에 한해서만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비밀 회합에서 "미국 놈을 몰아내자"고 했었다. 이 의원 등이 자신들의 목적 실행을 위해 실제로 미군 관련 기밀 자료를 입수하려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 의원은 작년 9월에는 KBS 측에 "2001년 이후 12년간 (북한·중국·러시아 등지의 지역 동포를 위한 라디오 방송인) KBS 한민족방송에 출연한 탈북자 명단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의원이 탈북자 출연 명단을 어떤 용도에 쓰려고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명단이 종북 관련 단체나 북한으로 유출될 경우 해당 탈북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위해(危害)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S 측은 "탈북자들의 신변 안전을 감안, 자료를 제출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지하조직 RO가 노렸던 주요 시설… 내란 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은 지난 5월 12일 서울 합정동에서 열린 비공개 회합에서 전시(戰時) 등 중대 상황 때 타격·감시할 한국 내 시설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미리 답사한 듯한 발언도 나왔다. 전날까지 회합 존재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허무맹랑한 주장” “희대의 조작극”이라고 했던 통진당은 녹취록이 공개된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정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의견을 나누기 위한 자리였다”며 이 모임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했다.

한편 이 의원 등 'RO' 조직원들의 내란 음모 혐의를 수사 중인 국가정보원이 이 의원 등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확보한 녹취록 분량이 A4 용지로 5000여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개된 지난 5월 서울 합정동 모임 녹취록 분량(20쪽가량)은 전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수원지법은 이날 내란 음모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수원지검에 보냈다. 법무부는 대통령 재가를 받은 뒤 국회로 전달할 예정이다.

수원지법은 지난 28일 체포된 홍순석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3명에게는 ▲대한민국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내란 음모 혐의와 ▲주체사상 학습에 의한 이적 동조 및 이적표현물 취득 등 혐의(국가보안법 위반)가 적용됐다. 시진국 영장전담판사는 "세 사람의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우려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오후 우위영 통진당 전 대변인의 서울 여의도 원룸에 대해 압수 수색을 실시했으며, 김근래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을 차례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