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가장 큰 사명은 선교인데, 세상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선교할 수 있겠느냐. 교회가 산뜻한 모습을 보여줘야 영향력도 확대할 수 있다."(권오서 감독)

한국 개신교의 뜨거운 쟁점인 '교회 세습' 문제를 목회와 성서적 관점에서 짚어보는 토론회가 2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주최로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지난해 9월 감리교의 장정(章程·교단법)개정위원장으로 '교회 세습 금지' 조항 채택을 주도했던 권오서 감독(춘천중앙교회)은 "교회의 리더십 교체로 인한 갈등을 피하려는 마음도 이해할 수 있고, 세습했지만 목회를 잘한다고 평가받는 교회도 있다"며 "그러나 그렇다고 세습이 허용되면 개교회는 살아도 개신교 전체가 죽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강조했다. 권 감독은 "이제 교회도 민주주의가 성숙해서 '교회 세습'이 아니라도 리더십 공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와 교회 세습’토론회에서 권오서 감독(오른쪽)이“평생 목회 잘 해놓고 마지막에‘교회 세습’때문에 욕먹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하고 있다.

구약학자인 이영재 목사(전주화평교회)는 "'교회 세습'을 추진하는 목회자들이 구약성서의 제사장직 승계에서 근거를 찾으려는 것은 성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구약성서의 앞부분인 '모세오경(五經)'을 보면 지도자의 아들이기 때문에 직분을 계승하는 경우는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공공의 재화와 권력을 사유화함으로써 공공성 원리를 훼손하는 '교회 세습'은 성경을 거역하는 악행(惡行)"이라고 말했다. 전철 한신대 교수는 "'교회 세습'은 교회를 개인이 소유한 기업처럼 보기 때문이며 신앙공동체의 분열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회협은 2012년 11월 제61회 총회에서 개신교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첫 걸음으로 '교회 세습 청산'을 선언한 데 이어 2013년 10대 해결 과제 중 하나로 '교회 세습'을 선정했다. 교회협 회원 교단인 예장통합과 기독교장로회, 비회원 교단인 예장고신 등 주요 개신교 교단들이 감리교에 이어 9월 열리는 총회에 '교회 세습 금지법'을 상정해 놓고 있다.